[Sega Saturn] 마리아 ~그대들이 태어난 이유~

- 장르: 인터랙티브 드라마
- 개발: AXELA
- 유통: BREAK
- 발매: 1997년 12월 11일
사운드 노벨에 세가 새턴이 한참 나오던 시기에 자주 나오던 탐색 방식과 추리를 섞은 작품으로, 당시 제작진이 스토리를 따라가는 TV 연속 드라마 같은 게임이라고 "인터랙티브 드라마"라고 지칭한 약간의 시도를 한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공언한대로 "TV 연속 드라마"의 느낌을 주기 위해, 스토리가 챕터 단위로 되어있으며 중간에 휴식 구간처럼 스태프 롤이 흐르는 구간까지 존재해, 에피소드를 이어서 본다는 느낌도 주고 있습니다. 보통 비슷한 게임이 챕터 단위로 나뉘어져 있더라도 중간에 저장하는 정도의 구간만 있는 것과는 어느정도 차별점을 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인 스토리의 골자는, 자살 시도를 했다 병원에 실려온 소녀를 담당한 의사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알아가기 위해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관련된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법한 스토리지만, 차별점으로 들어간 것이 자살을 시도한 소녀가 다중 인격이라는 점입니다. 주 인격은 기억을 못하지만 다른 인격은 갖고있는 기억이 있거나, 중간중간 기억을 되짚는 구간이 끊어질 수도 있는 등, 다중 인격이라는 소재를 적절하게 녹여 마지막까지 가서야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다중 인격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11년 전의 실종 사건 등 서로 떨어져있는 사건이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스토리를 알아가게 되는데, 각 사건의 요소 자체는 상당히 잘 연결되지만 정작 다중 인격이라는 요소 자체는 약간 애매한 구석도 있습니다. 몇 인격은 등장의 의미가 좀 적기도 하고, 기껏 이집트 신화의 차용을 통해 인격의 이야기를 깔아준 것도 중반을 넘어가면 별로 특색이 없습니다.
가장 문제는 다중 인격 요소를 썼음에도 정작 소녀가 다중 인격이 아닌게 아닌가 하는 떡밥까지 쓰다보니, 기껏 수수께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요소 중 하나가 무의미한 느낌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묘사를 보고 일부 의사들이 다중 인격증에 대한 묘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까지 했다고 하니...

어쨌든 이런 게임의 특성 상 선택지에 따라 대화 상대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지거나 전개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즉, 멀티 엔딩 게임입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대사의 방향만 바뀌거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바뀌고, 약간의 전개만 바뀌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스토리 자체가 크게 진행이 바뀌는 등의 영향이 있어,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생각치 못한 전개가 되거나, 원하는 정보를 끌어낼 수 없는 등의 경우도 생기기도 합니다
중간에 배드 엔딩으로 빠지거나 전개가 말도 안되게 심각하게 바뀌는 경우는 대체로 없지만, 챕터 단위로만 저장이 가능한데다 전개의 결과를 엔딩에 가야만 알 수 있다보니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편입니다.
챕터 당 30분~1시간 정도의 길지않은 분량이긴 한데 분기가 갈라지는 위치나 조건을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않다보니 정확하게 어디서 분기가 갈렸고 어떻게 해야한다를 알기 어렵다보니 반복 플레이가 쉽지만은 않아서 마냥 여러 번 하기는 또 어려운게 이 게임이라...

스토리 파트를 제외하면 새턴 당시에 흔히 유행하던 필드 탐색도 있지만, 퍼즐 요소도 적고 필드라고 해도 소녀의 집을 탐색하는 정도라 피로도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필드 자체가 하나 밖에 없는데다 탐색을 어디를 해야할지 직관적이기도 해서 포인트가 숨겨져있거나 미묘한 게임 보다는 편한 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토리 자체에 좀 더 중점을 둔데다 탐색 포인트가 적다보니 막상 퍼즐이나 탐색 요소는 적은 편이라 볼 수 있는 쪽입니다. 무엇보다 게임에서 메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병원은 아예 이런 탐색 요소가 거의 없고 그마저도 대사의 선택지를 통해 이동하는거라 정말 소녀의 집에서만 이런 탐색이 있다보니 탐색 포인트도 하나 뿐이지만 퍼즐 요소도 그만큼 적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이 나온 시기가 시기이다보니 보급 예정이 잡혀있던 윈도우 98을 비튼 레인보두 98을 적극 활용하라는 암시도 게임에 많이 깔려있습니다. 기능이라고 해봐야 당시에는 첨단 기술이던 이메일 확인 정도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간단한 뿌요뿌요 스타일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꽤 시스템이 철저한데다 패스워드까지 제공하는 등 본 게임과는 상관없이 탄탄하게 되어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부분도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장치 아닐까 싶습니다

세가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양쪽에 출시되다보니 당연히 충분히 공이 들어가긴 했겠지만, 그래픽도 당시 기준으로는 썩 괜찮은 편입니다. 폴리곤이 그렇게 티도 안나는데다 특히 3D에 약한 세가 새턴으로도 나왔음에도 충분히 잘 다듬어지고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당연히 요즘 시대의 그래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생각하면 충분한 수준의 그래픽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애초에 3D를 활용한 모션이 많지 않은 게임이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이랑은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가져온 요소를 정확하고 완전히 써먹지 못한 부분도 있고, 분기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 스토리를 끼워맞추며 알아가기는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상당히 준수하고 퍼즐 요소도 적어 피로도도 낮은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약간 미묘하게 그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중 인격이라는 요소를 꽤 시대를 앞서가서 쓰기도 했다는 점은 파격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