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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2] Siren

  • 장르: 공포
  • 개발: SIE JAPAN Studio
  • 유통: Sony Computer Entertainment
  • 발매: 2003년 11월 6일

 

소니에서 직접적으로 개발하여 발매된 공포게임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보통을 상회하는 살인적인 난이도와 다른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무장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작품입니다.

 

각자의 이유로 하뉴다 마을에 모인 사람들이 마을을 탈출하거나 진실을 파헤치는 등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중간중간에 깜짝 놀랄만한 요소가 나오거나 시인이라는 적 개체가 등장하여 진행을 방해하고 공격하기도 하는 등, 공포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아주 잘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배경이 시골 마을이라는 특성 상 환경이나 건물이 시골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형지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가로등도 거의 없고 대부분 어둡거나 안개가 끼어있어서 앞도 보이지 않아서 랜턴에 의지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불빛 마저도 없는 미션도 꽤 있습니다. 그나마 시골 마을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맵 자체가 엄청나게 크지도 않고, 구역도 반복적으로 낮/밤만 바뀌어서 나오다보니 대체로 구조 자체는 몇 번 뛰어다니다 보면 외울 만한 정도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평범한 공포게임이지만...

 

우선 이 게임 지도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제공해주는 것은 진입한 스테이지의 지도 뿐이며, 시작 지점을 포함해서 각 주요 건물 등의 위치만 알려주기만 합니다. 즉,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를 보더라도 시작 지점을 기준으로 어디까지 왔는지 감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나마 양심적인지 현재 내가 보고 있는 방향은 알려주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 편입니다.

초중반까지는 동일한 지역이 번갈아가며 반복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내 위치를 알 수 없는 지도만 보고 판단해야 하다보니 상당히 헷갈리는 수준입니다. 물론 마을이 아주 넓지는 않으니 점차적으로 익숙해지면서 개략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낮/밤의 차이에 따른 밝기만 차이가 있다고 인지하면 되지만, 후반으로 가면 원래 지역의 길이 조금씩 바뀌거나 아예 마개조되는 등 원래의 감각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등 난이도가 급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공략이나 가이드 영상을 보더라도 헷갈리기 십상인 편입니다.

그나마 화면이라도 좀 밝으면 길이라도 알아보는데, 사방이 어둡고 낮에도 안개가 끼어있으니...

 

지도의 부족함과 상황 극복을 커버하는 기능으로 적의 시야를 내가 빌려쓰는 환시라는 기능이 플레이어블 캐릭터 전원에게 부여되어 있습니다.

범위 내에 있는 적에게 커서를 맞추면, 그 적의 시야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으로, 적의 순찰이나 움직이는 방향 등을 파악할 수도 있고, 어디로 진행해야 할지 그 길라잡이로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플레이어는 파란색으로, 동행자가 있을 경우 연두색으로 표시해주기 때문에 적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역시 시야를 훔쳐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하기도 하고, 해당 적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레이더 돌리듯이 위치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꽤 까다롭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적의 시야만 들여다보는 것이라, 들여다보이는 시야를 가지고 위치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부분은 존재합니다. 이 적이 느리거나 안 움직이면 그거대로 상당히 곤란하기도 해서...

 

일부 구간에서는 이 환시를 쓰지 않으면 아예 진행이 막힐 정도로 어려운데, 환시를 통해 적의 패턴을 보고 따라 움직여서 빈 틈을 빠져나가거나, 환시로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적의 시야에 보이는 힌트를 써먹어야 하는 등 쓰지 않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한 미션도 존재합니다. 전자야 강행돌파로 클리어하는 경우라도 노려볼 수 있는데, 후자는 아예 힌트를 볼 수 없으니 진행 자체가 막혀버리니...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동시에 꽤 난이도를 올린 주범이라는 느낌이 다분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죽은 후 부활한 시인이 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전투도 있습니다. 다만 전투가 흔한 좀비나 괴물 때려잡는 게임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전투인 경우가 많은데, 피격당하면 넉백도 크고 빈틈이 생기다보니 적에게 둘러쌓이지 않도록 뒤에서 급습해서 하나만 처치하거나 유인해서 잡고 빠르게 넘어가기 위한 행동 정도입니다. 총기를 사용하는 캐릭터는 그나마 조금 낫지만 이쪽은 공중에 날아다니는 적도 등장해서 실제로는 공격 이전에 조준부터가 꽤 까다로운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탄수 제한이 있어서 마구잡이로 쏘다가는 금세 총탄이 동나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무기로 적을 죽이고 지나갈 수 있으면 사실 별로 무서운 게임도 아니겠지만, 쓰러진 적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활한다는 점이 문제로 남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서 원래 하던 행동을 반복하다보니 학살 플레이도 안되고 정말 최소한으로 상대하고 숨어다니며 조용히 지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 다니는 에피소드라면 별로 걱정도 없지만, 동행자가 있는 미션의 경우, 난이도가 더 상승합니다. 동행자는 전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괜히 적한테 들켰다가 다른데 신경쓰는 사이에 맞아죽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다가 적에게 괜히 피격당해서 그대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피로도도 높은 편입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캐릭터/시간대 별로 에피소드가 나뉘어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연결 고리를 링크 내비게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에피소드를 끝내면 바로 다음 시간대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게 아니라, 다른 시간대의 에피소드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스토리를 시간대 순서대로 하는게 아니라, 시열대가 뒤섞인 상태에서 에피소드를 하나씩 클리어하고, 나중에 퍼즐처럼 스토리의 파츠를 모으게 되는 느낌입니다. 얼핏 게임에서 제시하는 순서대로만 플레이를 하다보면 스토리나 각 캐릭터가 현재 상황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일부 에피소드는 2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한 지점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등 꽤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와 데모 영상을 전부 모아놓고 시열대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모아보면 상당히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스토리를 좀 더 알기 어렵게 꼬아놓은 점도 있고, 단순히 시간대 순서대로 플레이하면 한 캐릭터의 엔딩을 본 이후에 다른 캐릭터의 엔딩을 보게 되는 등, 서로가 서로 얽혀가는 내용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 올리는 주범으로, 각 에피소드 별로 클리어 조건이 2개씩 존재합니다. 물론 튜토리얼 격 미션은 그런게 없지만...

첫 진입 때는 클리어 조건 1만 보여주며, 한 번 클리어한 이후 다시 진입하면 클리어 조건 2를 보여주며 새로운 과제를 제시합니다. 덕분에 같은 미션을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지 않으니 재미는 늘어나긴 하지만...

 

바로 재진입한다고 무조건 조건 2가 개방되지는 않으며, 다른 에피소드에서 어떠한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다른 미션에도 영향을 미쳐서 조건 2를 클리어할 수 있게 맞춰지는 등, 일종의 재핑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정확히는 재핑 그 자체는 아니고 그렇게 보이도록만 만든 것으로, A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이 영향을 받아서 B 캐릭터가 여기에 관련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혹은 그 영향으로 B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에피소드나 클리어 조건을 보여준다 같은 느낌입니다.

 

문제라면 조건 2의 개방 조건을 알려주지도 않고, 조건 2의 개방 조건을 만족했다 하더라도 필요한 아이템이 없으면 진행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즉, 조건 1로 에피소드 클리어 → 다른 캐릭터 에피소드를 돌다가 조건 2 진입이 가능하게 됨 → 조건 2를 진행하기 위한 아이템이 없다 → 그 아이템의 획득처를 찾기 위해 이전 스토리를 다시 돌면서 아이템을 찾는다 라는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되는 심연의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건 2의 경우 오히려 조건 1보다 쉬운 경우가 있기도 하고, 방법만 알면 편하게 갈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건 1보다 어렵고 허들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건 1 난이도도 하드한 난이도인데 그보다 더 높은 난이도로 클리어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조건 2의 경우 어느정도 흐름을 따라가면 되던 조건 1과는 다르게 다른 조건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을 경우 진행이 막히는 경우도 허다한 수준입니다.

조건 자체만 놓고 보면 말도 안되게 쉽거나 방법만 알면 쉬운 경우도 많지만,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에 어떻게 하라는 클리어 조건을 보여준 후에는 정확히 무엇을 해야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플레이어를 막막한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조금 진행하다보면 화면 하단에 소목적을 띄워주긴 한데 거의 도움이 안되고 그냥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어느정도 지도만이라도 좀 편했거나 조건이라도 친절하게 알려줬다면 꽤 편했겠지만 불편한 지도를 환시를 이용해서 진행하며 조건이 뭔지 들이받으면서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하는 꽤 불친절한 감각입니다. 심지어 정말 뜬금없는 진행을 해둬야 조건 2가 열린다거나 하는 등 예측이 어려운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냥 조건 1만 클리어하면 되는게 아니냐 싶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품의 스토리는 조건 2에 맞춰 클리어해야 열리는 에피소드도 많고, 완전히 클리어하려면 모든 스테이지를 조건 2로 클리어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 2를 무시하고 그냥 진행해서는 클리어가 되는 수준이 아니기도 합니다.

 

밸런스 조정하면서 힌트를 줘야한다거나 이대로는 진행이 막힐 수 밖에 없다 같은건 생각을 안해본건지...

 

치밀하게 갈라져있는 진행과 파악하기 어려운 스토리의 보강을 위해 아카이브라는 기능도 있는데, 스토리의 파악이 가능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있어, 이것만 잘 살펴봐도 어느정도의 빠져있는 스토리 파악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특히 일부 내용은 게임 진행에 필요한 힌트까지 담고 있어,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만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한 부분도 있을 정도로 꽤 중요한 문서도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러한 문서를 스토리 진행할 때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것이 아니고, 에피소드 내에서 찾아야하는데, 어디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일일히 그럴싸해 보이는 곳에 말을 걸어가면서 가야하는데, 그러다가는 적에게 들켜서 전투를 강제당한다던가 도망쳐야 한다던가...

에피소드 돌파를 하는 것만 신경쓴다면 줍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될 경우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신경쓰게 되는 물건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플레이 도중 사망하게 되면, 그 에피소드 내에서 획득한 아카이브나 조건 2 만족은 없었던 것이 되는 것에 있습니다. 즉, 해당 에피소드 내에서 아카이브를 수집하려면 적어도 그 에피소드를 죽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잘못 움직였다가는 적에게 맞아죽는 게임에서 죽지 않고 모든 아이템을 회수해서 클리어까지 해야하니 여간 고단한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이 난이도로 괜찮았나

 

획득의 난이도를 배제한다면, 스토리는 상당한 수작입니다. 시골 마을에서 이단적 종교가 생겨나게 된 이유나,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과정, 그리고 각 등장인물의 배경 같은 것들을 기반으로 풀어져나가는 스토리도 꽤 매력적이라, 스토리는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그놈의 살인적인 난이도가 발목을 붙잡아서 문제인거지...

말도 안되는 난이도만 제외하고 놓고 본다면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난이도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는 많이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런 마을에서 직접 살아남겠다면 직접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공략 영상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공략 영상을 보고 플레이하는 것도 합법이라 할 정도로 어렵지만, 그렇다고 막상 보고 플레이해도 쉽지 않은 것이 이 게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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