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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Famicom]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

  • 장르: RPG
  • 개발: ATLUS
  • 유통: NAMCO
  • 발매: 1987년 9월 11일

 

지금은 장르도 꽤 바뀌고 다양한 파생 작품이나 시스템을 정립한 여신전생 시리즈의 초대 작품입니다. 근간이 되는 첫 작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IP와 상표권을 가진 회사가 서로 나뉘어져 있고 권리 사정도 복잡하다보니 언급이 거의 되지 않고 있는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큰 줄기가 되는 간략한 줄거리를 제외하면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굳이 스토리를 몰라도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영향을 주는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끝나고 나면 그래서 스토리가 뭐였지 싶었던 정도입니다.

원작 소설의 1편부터 3편 도입부 까지를 기반으로 오리지날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오프닝에서 간략한 내용을 알려주기도 하고 연결성도 주인공 일행이 동일하다 정도를 제외하면 소설판의 외전이다 정도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스토리성이 옅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일단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사전 조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오히려 원작 소설에 등장했던 일부 보스가 소설과 연관성이 없이 한두마디만 하고 끝나는 안타까운 부분도 발생합니다. 특히 로키의 경우는 주인공 일행과 깊게 엮여있는데 대사 한 마디만에 전투로 넘어가고는 아무런 요소가 없는 쪽입니다... 용량 문제로 많이 담기는 어려웠겠지만 여러모로 애도...

 

반대급부로 3권 초반에 이자나미를 납치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루시퍼가 게임 내내 언급되기도 하고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등, 이익을 다 누리는 편입니다. 게임이나 책에서 표지로까지 등장했는데도 찬밥 신세인 로키나 세트와는 분량이나 입장이 정 반대인게 당사자들은 억울할 법도 하네요...

 

패미컴 시절의 게임이다보니 요즘 작품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DRPG로써의 맵 구성은 잘 갖춘 편입니다. 맵 자체는 꽤 넓고 어느정도는 복잡성이 있는데다 기믹도 있고 탐험할 것도 많은 편입니다. 다만 클리어만 따진다면 동선은 엄청나게 길지 않은 편입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클리어를 위한 동선 자체는 막 단순한 편은 아니지만 후속작이나 같은 장르의 DRPG에 비해서도 상당히 단순하게 되어있습니다. 몇 번 왕복하거나 귀찮게 돌아서 가야하는 길만 제외하면 몇 번 다니다보면 약간씩 외우는게 가능하기도 합니다.

다만 스토리나 게임 진행과는 상관이 없어 굳이 탐험하지 않아도 되지만 갈 수는 있는 상당히 넓은 맵도 꽤 많은 편입니다. 던전의 탐험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직접 지도를 읽으면서 다니거나 지도를 그려가면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꽤 달성감이 느껴질 정도의 규모이긴 합니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지역도 변경되는데 지역마다 그래픽이나 색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꽤 보는 느낌이 괜찮은 편입니다. 도트와 색상으로 각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데다 구조적으로도 각각 특색이나 차이가 있는 편입니다. 덕분에 진행에 따라서 각 지역마다 비슷하거나 해서 헷갈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특히 이 정점은 초반에 진입하는 비엔의 마을인데, 공중 도시라는 설정을 이용해서, 마을 전체가 이동한다는 식으로 다른 지역과의 연결을 해주기에, 동선이 상당히 독특한 인상입니다. 게임 특성 상 원하는 장소에서 바로 텔레포트를 할 수 없기에, 각 지역마다 있는 "비엔으로 입장할 수 있는 포인트로 이동하면 비엔이 그곳으로 이동해서 비엔의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라는 식입니다.

일부 편의 시설은 시작점 부근에만 있기 때문에 최후반까지 비엔을 통해 시작점 부근까지 왕복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특성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상당히 독특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은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에 기능이 많이 추가되어 텔레포트나 이동이 자유로워진 현대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시절의 독특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투는 첫 작품인데다 당대 RPG 게임을 그대로 비슷하게 가져가다보니, 기본 시스템은 흔하게 볼 수 있는 DRPG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악마 합체는 악마 종류 자체도 많지 않은데다 요즘처럼 섬세하지 않고 스킬 전승도 없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스탯이 높거나 레벨이 높은 강한 악마 만들면 장땡이고 스킬을 넘겨주는 전략 같은 것도 없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테크니컬하게 전투를 풀어나가거나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은 없고, 치료 마법을 위시해서 물리로 밀고 나가는 게임이다 라는 느낌이 큽니다. 공격 마법이 있긴 하지만 MP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굳이 마법으로 딜을 넣는 것 보다 물리로 싸우는게 더 빠르고 딜도 잘 나오기 때문에 마법은 회복이나 버프를 위한 보조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떻게 보면 물리 만능주의는 이때부터 이미...

 

다만 상태이상이 꽤 무서운 편인데, 상태이상 일부 상태 이상은 수동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데다 회복 포인트에서 풀 수 없어서 사교의 관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꽤 스트레스를 받기 쉽습니다. 첫 보스 이후의 보스는 전부 이런 상태이상을 걸거나 거는 마법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일에 따라서는 보스전이니 차라리 이런 상태 이상을 걸어오는 보스를 상대하는 재미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토리 진행 중 적 보스의 상태 이상을 거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찌만, 굳이 없어도 진행이 되는 경우도 있기에... 어떻게 보면 상태 이상이 난이도를 크게 조절하는 하나의 표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상태 이상을 봉인하면 대체로 보스전의 난이도가 내려가지만, 높은 난이도를 원한다면 상태 이상과도 맞서보는 것도...

 

인카운트는 이후 작품과는 좀 차이가 있는데, 보통의 이동 시에는 인카운트가 자주 발생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문을 넘나들 때 인카운트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은 확률로 발생합니다. 거기에 후반 던전은 맵 특성 상 문도 많고 연쇄 전투가 많기 때문에 심할 정도로 전투가 자주 발생하고 늘어지는 느낌이 심한 편입니다. 레벨링 노가다를 할 때는 좋을 수도 있지만 최종 보스전을 치르러 가거나 이동 중에는 특히 흐름이 끊어지기도 하고, 상태 이상을 걸어오는 적이 많은 후반부 특성 상 불쾌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시의 RPG 난이도 조절 방식이 이런거였나 싶기도 하고..

 

초기 작품의 보편적 특징이었던 동료 악마는 레벨이 오르지 않기에 계속 합체를 해줘야하지만, 주인공 2명은 레벨을 올리면 스탯을 찍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미 시스템이 잡혀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스탯 별로 효율이 차이가 심하기도 하고, 난이도나 진행에 필요한 최소 기준 때문에 누구 할 것 없이 체력과 마력을 우선으로 찍어야 하는건 좀 아쉽긴 합니다. 다른 스탯을 올려도 결국 최대 레벨이 되었을 때 모든 스탯이 다 최대치가 되기 때문에 상관은 없는 문제이지만, 최대 체력/마력 부분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초대 작품 치고는 게임의 기초는 거진 다져진 편이라, 후속 작품이나 현재와는 많이 차이가 있지만, 그 흔적같은 느낌은 상당히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다만 당시 게임의 환경이나 용량 등의 문제로 요즘과는 다르게 불편하거나 컨텐츠가 적어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악마 합체도 아군으로 쓸 수 있는 악마 자체가 많지 않아서 합체가 조금만 꼬여도 뭘 합체시켜도 결과가 최하위 악마가 나오기도 하고, 필드에서 장비를 주워버리면 지금 끼고있던 장비가 사라지고 그 장비로 대체되어서 팔지도 못하는 등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이긴 합니다. 거기에 저장을 위한 패스워드 발급이나 악마 합체도 시작 지점 부근에서만 가능하기에 왕복을 요구하는 등 꽤 불편한 요소도 산재해 있습니다.

 

다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패미컴 시절의 게임인 만큼, 당시 환경과 기능 한계에서 최대한 갖출 수 있는 부분은 갖추고 나왔다 라고 본다면 열심히 몸을 비틀었구나 라는 생각도 드는 편입니다. 당시에는 이게 표준이거나 최선의 방법이었겠지만 지금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불편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엔딩 크레딧을 보고 5분 정도 기다리면 뜨는 문구. 이 상태로 이어서 게임을 시작하거나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적의 체력이 2배가 되고 던전의 일부 시설 위치가 바뀌고 난이도가 올라간 상태인 하드 모드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긴 합니다. 본편의 난이도에 익숙해진 유저들을 위한 숨겨진 요소라고 봐도 될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이쪽으로 클리어를 한다고 추가 엔딩이나 요소가 있지는 않습니다... 좀 더 어렵게 준비된 무대를 클리어했다 라는 성취감 정도?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후에 나온 작품의 기틀이 되는 시스템의 기본을 정립한 게임이긴 합니다만 꽤 부족하거나 불편한 요소도 많습니다. 특히 원작 소설과는 주인공이 같고 루시퍼나 이자나미가 등장한다 라는 점을 제외하면 별로 연결되는 부분도 없는, 독자 스토리를 아주 약간 첨가한, 원작 소설의 미디어 믹스에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의 재미 요소나 그런 부분이 퇴색되지는 않겠지만...

 

꽤 불편한 요소도 많기 때문에, 지금와서 이 게임을 밑바닥부터 시작해본다 라는 무모한 플레이는 심신에 많이 좋지 않을 듯 하고, 정말 즐겨보고싶다 한다면 어느정도 레벨이나 돈을 받고 시작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사용하거나 공략 사이트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지도를 보면서 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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