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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5]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 장르: RPG
  • 개발: Sandfall Interactive
  • 유통: Kepler Interactive
  • 발매: 2025년 4월 24일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를 기반으로 한, 턴제형 전투에 액션을 가미한 독창적인 게임입니다. 정보가 없이 게임을 접할 수록 더 알아가는 재미가 좋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대륙에서 떨어져나온 뤼미에르 라는 곳에서 매 년 일정 나이 이상의 사람이 죽어나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지원자로 구성된 원정대를 꾸려서 대륙으로 진출한다는 스토리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한 RPG에서도 있음직한 스토리의 하나이지만, 스토리가 2막까지 진행되면 세계의 진실을 알게되고 이후 에필로그의 일부를 보여준 뒤 3막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를 진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2막까지는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점차로 알아가는 과정이다보니 세계의 특징이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3막에 들어서면서는 2막까지 알아내지 못한 나머지 비밀을 풀어나가고 세계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게 되는데 2막까지의 분위기와는 약간 달라지다보니 그 때 까지 세계의 비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퍼즐 조각을 맞추고 추측하는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세계의 비밀이 예상치 못하던 방식으로 풀리기도 하고, 궁금증이나 신비로움이 약간 없어지는 느낌이기도 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3막부터의 스토리는 무엇이 맞는가 하는 고찰할 거리와 선택지를 던져주기 때문에 스토리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점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토리가 마냥 가벼워지거나 덧없는 마무리가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벨 에포크 시절의 프랑스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그 시절의 프랑스의 특징이라 할 만한 건물이나 구조물, 건물은 물론이고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시대가 뭔데 라고 반문할 정도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눈에 보면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것들을 잘 배치하고 게임 설정에 맞게 녹여두었습니다. 거기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예술적인 부분이 세계관에 많이 녹아있다보니, 주로 등장하는 고유명사가 대체로 예술, 특히 미술과 관련된 단어로 많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몰라도 예술적인 묘사나 전개를 느낄 수도 있지만 예술과 관련있거나 의도된 미장센도 많아 알고 본다면 달라보이는 부분도 꽤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스토리가 시종일관 어두운 편이다보니 평범한 연출에서도 주변 환경이나 꽃잎 등의 연출을 통해 애절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군데군데에 쓸쓸하고 무거운 느낌의 연출이나 구도를 많이 잡아두다보니, 중간중간 코믹한 전개도 아예 없진 않지만 별로 희석되는 느낌이 없이 계속 어두운 편입니다. 밝은 전개나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배경 또한 수려하게 그려졌는데, 사람의 손길이 닿았거나 인류의 흔적이 있는 곳은 배경 시대와 근접한 근대 유럽의 모습을 잘 그려서 진짜 그 시대에 만들어졌을 법한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그려냈고, 자연이 있는 공간은 몽환적이고 그 구역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예술 작품에 나올 법한 독특한 구조나 디자인, 색채를 자랑하는 장소가 많기 때문에 넓은 월드맵에서 가는 던전마다 색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역을 갈 때 마다 묘사된 배경공간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하나의 게임의 즐길거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쉽다면 월드맵 자체는 넓은데 던전이나 지역이 초중반에 몰려있고 중후반의 구역은 꽤 비어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중반에 많은 것들을 배치하고 후반에는 바다 위주의 지역이다보니 생기는 문제이긴 해서... 그나마 아예 탐험하는 재미가 없지 않고 여기저기 상인이나 중간보스 급 몬스터가 있다는 점이 탐험의 재미를 아예 죽이지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미니게임이나 수집용 도구를 위한 구역도 있기 때문에 아예 탐험을 할 곳이 없다거나 하지는 또 않다는 점입니다

 

또 월드맵은 존재하지만 각 구역 내의 지도는 전혀 없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체감으로 익히거나 그냥 몸이 가는대로 가면서 왔던 길과 반대로 뛰어다녀 보는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 지도 없이 못 다닐 수준은 아니지만 수집품 때문에 여러 번 다니다보면 조금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집품 중에서는 그냥 단순한 수집 용도인 것도 있지만 게임의 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거나 배경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내용도 있다보니 수집하면 할수록 게임의 빠진 퍼즐 조각을 맞춘다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런 원정대가 지나갔다 하는 정도의 수집품도 있지만, 꽤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내용도 꽤 되는 편입니다. 실제로 배경이나 환경에 내용과 일치하는 구조물이나 환경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과 이야기를 맞춰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물론 수집품을 어디서 얻을 수 있냐는 직접 돌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전투가 이 게임의 꽃이라 할 수 있는데, 최대 3명의 파티원의 행동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AP를 소모해서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의 턴제 방식 기반이지만, 여기에 액션을 녹여낸 독특한 방식이라 신선함과 속도감을 동시에 챙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군의 턴에는 AP를 소모해서 턴제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QTE를 통해 기술을 강화시킬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기술 자체가 캔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 턴에는 턴제 형식으로 돌아가면서 하나씩 공격을 해오는데, 이 공격을 쳐내기로 받아치거나 회피할 수도 있게 되어있습니다. 즉, 내 공격은 어지간하면 적에게 맞추게 되어있지만 나는 적의 공격을 피해를 입지 않고 막아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곧 장점이자 단점인데, 장점이라면 끊임없이 내 턴처럼 턴 사용과 반응을 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딜을 넣을 수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적의 맹렬한 공격을 다 맞아주는 게임을 해야 하는 플레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게임이라면 맞아가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겠지만, 밸런스 자체가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쳐내는 플레이를 한다는 전제 하에 맞춰져 있어서 조금만 공격을 맞아도 파티가 궤멸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야 어느정도 맞고 진행하지가 되는데, 후반으로 가면 적의 행동 횟수가 늘어나고 행동도 격렬해져서 몇 번만 맞아도 위험해지는 구성입니다. 단순히 액션을 녹여낸 정도가 아니라 턴제와 액션을 적절히 합쳐놓은 구성입니다. 이는 난이도가 바뀌어도 동일한데, 난이도에 상관 없이 내가 적 턴에 줄 수 있는 데미지는 거의 변화가 없고 적의 딜이 얼마나 적게 들어오냐 정도의 차이일 뿐, 회피나 받아치기를 하지 않으면 전투가 늘어진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를 한다고 게임이 마냥 쉬워지지는 않기 때문에 재미나 게임의 특색이 반감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좋게 본다면 적 턴이라고 손을 놓고 구경만 할게 아니라 받아치거나 피하는 동작을 통해 적 턴도 내 턴처럼 쓸 수 있는 신선한 플레이도 가능하고, 적 턴에도 반격으로 딜을 넣을 수 있어서 보통 턴제 게임보다는 전투 자체가 좀 더 속도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점프나 회피 등 특정 동작으로만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공격은 받아치기와 회피 모두 사용이 가능하게 되어있지만, 장단점이 있어서 유저의 손을 특히 타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정확한 타이밍을 맞춰야 하긴 한데 회피는 판정 범위가 조금 넉넉한 대신 피하는게 끝이고 적에게 피해를 못 돌려주고, 받아치기는 판정 범위가 꽤 좁지만 적에게 피해를 돌려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액션에 강하다면 패링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액션에 약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회피를 해야 할 정도로 꽤 판정이 엄격한 편입니다. 대체로는 받아치기가 더 좋긴 하지만, 초반을 넘어가면 적이 엇박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 한 턴에 2번 이상의 공격 동작을 하는 적은 모든 공격을 다 받아쳐야 반격이 되다보니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그나마 회피는 판정이 조금 더 널널하고 한 대 맞더라도 나머지 공격은 계속 피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사정이 나은 편...

여러모로 적 턴에는 액션성이 좀 더 돋보이기 때문에 액션에 약한 사람은 난이도를 낮추는 것도 정신건강에 이로운 편입니다. 액션을 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받아치기나 회피의 판정이 조금 널널해지고 입는 대미지만 조금 줄어들기에 차라리 이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턴제 전투에 QTE와 액션을 녹여내어서, 내 턴에는 턴제 전투를 즐기고 적 턴에는 액션 게임을 하는 두가지 감각을 동시에 즐길 수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불편한건 아니지만 역시 이런 액션이 기본 탑재이기 때문에 일반 턴제 게임처럼 손쉬운 노가다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중반을 넘어가면 가능하긴 하지만 역시 자동 전투 눌러놓고 편하게 가능한 노가다는 아니다보니...

 

특히 게임 중반부터는 플레이어가 자율적으로 제약을 걸어 난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액션이 손에 맞지 않으면 난이도를 낮추고, 액션이 손에 맞다면 난이도를 올려서 손맛이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등, 다양한 층의 유저 배려도 잘 되어 있습니다.

 

각 파티원 간의 관계도 단순 파티원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가진 원정대원인데다 서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보니 대화를 하다보면 관계 진전도 있습니다. 물론 진행하지 않아도 게임이 진행되지 않거나 하는 점은 없지만, 보상이 괜찮은 편이기도 하고 캐릭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나오기도 하고 중요한 대화도 꽤 되기 때문에 진행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편의성이라면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있는 게임이 아니라 몰아서 할 수도 있고, 단순히 대화로만 진행되지 않고 특정 장소를 가서 조건을 맞추거나 전투가 있기도 하다는 점에서는 지루하지만은 않습니다.

 

초반과 중반 이후가 약간 느낌이 달라지지만 구조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와 배경 설정, 시대적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예술적인 감각을 잘 녹인 배경과 연출, 좀 부족한 면이 있긴 하지만 탐험하는 재미 자체는 충분한 월드맵과 지역,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지만 액션성 자체는 충분한 전투 등, 전체적으로 아주 약간 아쉬운 부분이 하나씩은 있지만 충분히 커버되고도 남을 정도의 장점을 갖춘 게임입니다. 난이도를 낮추고 한다고 해도 재미가 반감되지도 않으면서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되어있어서 이런 전투에 약한 사람도 부담감 없이 접근할 수 있어서 범용적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스토리나 설정 자체가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보니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다면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다른 게임보다 특히 뛰어난 게임이라 가급적 정말 최대한의 정보를 차단하고 해보는 것을 정말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리뷰라고 다 써놓고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