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Playstation

[Playstation 2] Rule of Rose

여진선생 2026. 10. 1. 01:18

  • 장르: 서바이벌 호러
  • 개발: Punchline
  • 유통: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 발매: 2006년 1월 19일

 

펀치라인이라는 개발사에서 소니로부터 공포 게임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러 번 방향성을 엎어가며 만든 작품입니다. 정작 게임에서 사용한 소재가 문제가 되어 일본 외 지역에서 판매 금지나 중지가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이후에도 이식이나 재판매가 나오지 않는 등,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내용은 1930년대의 영국이 배경으로, 주인공인 제니퍼가 한 소년을 따라 고아원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묘사했으며, 고아원과 비행선에서 붉은 크레용 귀족이라는 계급 제도에 맞춰 살아남아가며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주인공 입장에서 겪는 일종의 사이코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장르가 공포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인 공포 보다는 트라우마와 그에 따른 심리적인 묘사를 보여주다보니, 주인공의 시각에서 본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주변 환경이나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포 게임에 흔하게 나오는 무서운 연출이나 점프 스퀘어 같은 것들은 없는 편입니다. 오히려 분위기 적으로 어두운 화면을 보여주거나, 트라우마로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 상 불쾌한 느낌을 전개하는 편입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본 주변 환경과 트라우마를 묘사한 게임이기에, 게임 전반적으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일그러진 느낌과 거기에서 오는 암울하고 불편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등장하는 장소부터 주인공의 트라우마가 녹아있는 장소이고,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상황이 펼쳐지는데다, 간간히 등장하는 적이나 보스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본 다른 사람들의 특징이 왜곡되어 녹아나오기 때문에, 현실적이면서도 이질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합니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불편하고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오는 심리적 불쾌함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는데 BGM까지 어딘가 불편하고 기형적인 느낌을 내다보니 분위기를 한 층 더 불쾌하게 하기도 합니다.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트라우마라는 필터를 통해 왜곡된 장소나 인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시 돌아보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스토리를 직접적으로 알기 어렵도록 간접적으로 알아가게 하는데다 잔혹 동화의 구조를 통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이 내용이 주인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모든 에피소드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정도 게임이 진행된 후에 이것들을 조합해보면서 점차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스토리의 난해함에 한 몫 합니다

 

주인공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스토리이기에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알기 어렵게 해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

 

 

게임 플레이는 장소를 탐색하며 획득하는 아이템을 사용하여 다른 장소로 나아가거나, 개에게 냄새를 맡게하여 추적하는 식으로 플레이가 진행되는 일종의 탐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추적을 할 수 있는 개를 만날 때 까지는 어느 정도 진행이 필요한데 이 때 까지는 거의 힌트 없이 돌아다니며 답을 찾아야하고, 개와 합류한다 하더라도 어떤 아이템을 언제 추적하게 해야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려운 점이 남아있어, 꽤 많이 헤매게 되는 편입니다.

 

아예 해당 시점에서 진입을 못하는 구간은 아예 진입을 못하게는 해주지만 아무래도 최소한의 장치 수준인데다 현재 장소가 어디니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카메라 조작이 자유롭지 못하고 장소도 헷갈리기 쉬운 구조라 여러모로 게임의 난이도는 있는 편입니다. 정확히는 진행 순서나 장소를 알면 어렵지 않긴 하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편...

 

이 게임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당시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거나 금기시되던 소재를 적극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소녀 간의 동성애와 집착, 고아원 아이들 간의 계급과 거기에서 나오는 집단적 괴롭힘, 아이들 간의 이간질 등, 요즘 나와도 쉽지 않은 소재를 다수 차용한데에 이어 그것들을 아이들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순수하게 잔혹하게 묘사하기도 했고, 아이들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거부감이나 불쾌감, 이질감을 느끼도록 해놓았습니다.

 

어른에게 익숙할 수도 있는 소재를 어른보다 순수한 아이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순수하기 때문에 악랄한 생각이나 사상, 방식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에 따라 드러나는 불쾌함 또한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소재 보다도 이러한 불쾌감 내지는 이질감이 공포 게임으로써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다만 소재와는 별개로 분위기와 스토리가 그렇다보니,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공포 게임 치고는 성적 어필을 하는 요소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처한 입장이나 상황 때문에 처절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볼 일은 없기는 합니다. 어떻게 보면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은 부분일지도...

 

소재나 스토리는 그래도 참신하기도 하고 몰입도도 괜찮은 편인데, 게임에서 필수적으로 자주 거쳐야하는 전투는 정 반대로 불쾌하다고 할 정도로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공격은 대체로 보이는 것 보다 범위가 좁아서, 맞은 것 같은데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방향이 조금만 달라도 아예 빗나감 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하는 무기도 다채롭게 나오는데, 대부분의 무기는 너무 근거리형 무기라 주인공이 적에게 근접했다가 역으로 공격당하는 문제가 있어 사용하기 어렵고, 결국 대미지가 조금 낮아도 어느정도 중거리 공격이 되는 무기를 계속 쓸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거기에 적의 공격이 상당히 성가실 정도인데 맞으면 꽤 아픈 공격도 많고, 이게 맞았나 싶은 위치인데도 맞은 처리가 될 정도 피격 판정이 이상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편입니다. 내 공격이 안 맞는거야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되지만, 억울하게 피격되면서 게임이 터지거나, 굳이 안 써도 되는 회복 아이템을 써야한다는 점이 여러모로 불쾌한 느낌까지 받게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카메라 각도 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격당하거나 내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점 까지 화를 돋우는데 한 몫 합니다.

 

자신을 계속적으로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묘사는 있을 수 있다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너무 불쾌할 정도로 전투에 대한 감각이 좋지 않아서 게임의 난이도를 극도로 다른 의미로 올려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전투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다지만 필수로 진행해야하는 전투도 있는데다 그런 전투가 꽤 많아서, 게임의 스토리나 소재로 인한 공포나 불쾌함 보다는 전투에 따른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남는 편입니다. 게임의 플레이 감각을 말아먹는 요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분위기는 잘 잡았고 소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다른 게임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재인 만큼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데,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스토리가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결국 분위기를 보고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분위기를 통한 몰입 마저도 전투가 모조리 깎아먹는 구조입니다. 스토리야 어느정도 감안해줄 수 있다 치더라도 조작감이 최악에 치닫는 전투를 끝내고 나면 그나마 있는 몰입감 조차도 없어지는 편입니다.

 

전투만 없었어도 어느정도는 분위기나 소재를 보고 접해볼 만한 게임일 수 있겠으나, 그 외의 요소가 이런 점을 모두 깎아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을 찾기 어려운, 차별성을 띄는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합니다. 그렇기에 더 안타까운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