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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Switch] 대역전재판 1&2 -나루호도 류노스케의 모험과 각오-

  • 장르 : 어드벤처, 비주얼 노벨
  • 개발 : Capcom
  • 유통 : Capcom
  • 발매 : 2021년 7월 27일

 

3DS로 출시되었던, 역전재판의 프리퀄 작품인 대역전재판 1과 2를 하나로 합쳐서 스위치로 이식한 작품입니다. 기존에 발매된 역전재판 나루호도 셀렉션과는 다르게, 단순 합본 이식에서 끝내지 않고 추가적인 컨텐츠가 좀 더 수록되어 있거나 훈장 시스템도 있는 등, 좀 더 발전된 합본 이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리뷰는 어느정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로, 일본이 근대화를 통해 한참 발전을 해나가던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작품 내에 시대상이 많이 묻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쓰이지 않거나 용도가 바뀐 어투의 사용을 시작으로, 19세기 말의 개화기에 적응하는 각종 모습도 나타납니다. 당시에 막 개항을 시작해 아직 약소국이던 상황이라, 열강에 속해있던 영국에게 무시당하거나 비교당하는 모습도 자주 드러납니다. 구미권 사람들에게는 좀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시선을 풀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이 시대에 대해 사실만을 녹여낸 것은 아니지만, 관심이 있거나 자료가 필요하다면 챙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나루호도 류노스케가 일본을 시작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변호사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 스토리이기 때문에, 공간적 배경으로는 일본과 영국 양쪽이 사용됩니다. 주요 무대는 영국이고 일본은 튜토리얼 정도로 나오는 정도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배경은 영국 런던인 셈이지요. 19세기 말의 영국을 녹여낸 배경이라, 산업혁명 이후 발전을 가속화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된 배경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19세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런던이라는 장소가 맞물리면서,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가 등장합니다. 단순히 지나가는 조연이 아니라,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치며 사건을 조사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하나의 주연의 역할을 하는게 특징입니다.

게임인 만큼 어느정도 각색이 많이 되어 실제 소설과는 다르지만, 제대로 탐정일을 하고있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기에, 소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거나 어떤 추리를 내놓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장에서 증거를 찾거나 주변인과 대화하는 탐정 파트는 큰 변화는 없지만, 증거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제대로 도입되어 있습니다. 이미 역전재판 1에서도 추가 스토리로 도입되었긴 하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활용되다보니, 증거물을 제대로 뜯어보거나 이리저리 돌려가며 꼼꼼히 확인해봐야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모든 증거물을 이렇게 볼 수 있는건 아니지만, 다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 해도 증거물을 살피는 재미를 줍니다.

또 시대가 과학 수사가 발전한 시대가 아니다보니, 초기에는 수사 당일에 모인 증거만을 가지고 재판 당일에 결판을 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2편 파트로 넘어갈 때는 기존 역전재판 시리즈와 비슷하게 이틀 이상에 나눠서 현장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는 구조가 늘어납니다. 1편에서는 재판 파트가 길어서  약간 피로감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끊어서 갈 수 있는 부분이 늘어서 조금 숨을 돌리기 편해졌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슷하거나 더 길어져서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합니다.

 

탐정 파트의 백미 아닌 백미는 홈즈의 추리 입니다. 명탐정이지만 추리가 너무 앞서나가거나 돌발적이라, 결과만 맞추고 과정은 잘못 짚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잘못 짚은 부분을 지적하며 추리를 완성시켜 주는 과정입니다. 법정 파트에 비하면 쉬운 수준으로 카메라 각도를 돌려가며 제대로 된 추리가 되도록 올바른 증거물만 잘 짚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 파트는 3D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라는 부분과 동시에 엉뚱하게 된 추리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잡아주면서 진실을 알아내간다 라는 재미를 주는데 있습니다. 단점이라 하면, 연출을 빠르게 넘길 수 없어, 어느정도 챕터가 넘어가게 되면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법정 파트도 기본 구성은 기존 작품과 같지만, 배심원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작위로 뽑힌 런던 시민 6명이 배심원이 되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만장일치로 유죄가 될 경우 유죄를 선언한 이유와 근거를 묻는 최종 변론을 하게 됩니다. 물론 게임이라 그렇긴 하겠지만, 무작위로 뽑인 시민 치고는 사건과 관련있거나 주요 등장인물과 관계있는 사람이 배심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챕터에 한 명씩은 등장하는게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게임 중간에 검사측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하긴 하지만, 배심원들이 재판을 끝까지 보지않고 흐름을 잠깐 보다 감정적으로 유죄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최종변론으로 설득하는데에 상당한 수고가 들어가게 됩니다. 초반에는 감정적인 유죄 선언이 많아 논지를 깨트리기 쉽지만, 챕터가 하나씩 진행될 수록 논리가 견고해지거나 발언을 주의깊게 들어야 알 수 있는 부분도 나오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재판 한 번에 2번 이상의 배심원 최종변론을 해야해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지치기도 하지만, 실제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게임이니 과장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법정 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증인을 심문할 때, 증인이 여럿인 경우, 증언 중인 증인 외의 다른 증인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상황을 겪은 증인이라도 잘못 말하거나 반박을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반응이 있기 때문에, 심문 중인 증인이 아닌, 반응을 보이는 증인을 심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진행이 막히면 이 방법을 써야하기에 놓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라, 기본적으로 반응이 있는 경우 정말 알기 쉽게 화면에 표시를 해주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탐정&재판 게임을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한 장치로, 비법 모드 라는게 도입되었습니다. 유저가 자의로 on/off할 수 있으며, on할 경우 지정된 순간부터 시작해서 오토 플레이를 진행하는 모드입니다. 이 모드로는 모든 훈장을 획득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이러한 추리나 수색에 어려움을 겪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스토리만 볼 수 있는 극장이 되는 셈입니다.

이 모드에서는 유저가 플레이하는 것 처럼 빠르게 빠르게 플레이되지는 않지만, 반대로 느긋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왜 여기서 이렇게 진행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되겠습니다.

 

스토리 적으로는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간 쌓아온 작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대한 치밀하고 잘 써내려간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챕터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떡밥이 떡밥을 물고 늘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다보니, 보통 작품이 한두화 정도는 떼어놓고 봐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이 작품은 그게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1-1부터 시작해서 2-2까지는 계속해서 떡밥을 뿌리는 구조로 이어지게 되어있습니다. 하나의 의문을 처리하면 더 큰 의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뭔지 알지 못하다가 2-3에서 2-4를 거친 후, 2-5에서 모든게 확실해지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뒤의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앞의 스토리를 필수적으로 진행해야하만 합니다.

보통 작품에서는 성격이 다른 1화도 큰 떡밥을 뿌리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이 작품은 1화 조차도 앞으로와 관련된 이야기의 떡밥이 들어가있어,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나중에 아! 하게되는 부분도 꽤 드러납니다.

또 치밀하게 설계된 만큼, 스토리가 하나의 사건으로 뭉쳐지기 때문에 이 하나의 사건이 뭔지 알아내가는 재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4까지에 걸쳐서 다른 사건을 조사하다가 나오는 정보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다가 2-5에 한 번에 풀어나가는 재미는, 기존 역전재판의 그 사건과도 느낌이 비슷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스토리이다보니, 분량이 장난아니게 길다는 문제 아닌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하면 몇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챕터 하나에 최소 6시간은 걸릴 정도로 분량이 장난아니게 긴 작품입니다.

증거품과 증언의 모순을 찌르고 넘어가는 현대 배경의 작품과는 다르게, 수사가 진행된 이후 당일의 재판에서 증거품과 증언을 통해 끊임없이 서로 물고 늘어지며, 배심원까지 설득해야하는 작품 특성 상,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특히나 오래 걸립니다. 그나마 2편에서는 이런 부분이 좀 더 완화되어 재판과 탐정 파트가 교차되는 구간이 좀 더 늘었지만, 템포 조절이 좀더 용이해졌을 뿐, 작품이 긴 것은 여전합니다.

기존 역전재판처럼 이어서 쉬지않고 플레이하는 것 보다는 끊어지는 구간에서 어느정도 쉬어가면서 하는 것이 추천되는 게임입니다.

 

그러한 긴 플레이를 감안하여, 끊어지는 구간을 포함하여 플레이의 큰 구간에 맞춰 게임을 이어서 진행할 수 있도록 각 챕터에서 공식적으로 구간 시작을 지원하고도 있습니다. 물론 클리어를 해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상당히 좋은 시스템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끊어진 구간 수를 통해 각 챕터의 길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서 다시 플레이할 수도 있는, 뛰어난 편의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역전재판이 게임만 합쳐져서 이식된 것에 비해, 이쪽은 게임 외적인 특전을 집어넣어준 것이 특징입니다. 3DS 시절의 DLC를 포함하여 새롭게 추가된 특전 부록도 있으며, 기본 스토리 외의 번외편 스토리도 포함된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찾을 수 없고, 보통은 가이드북이나 설정화집, 사이트 등에서 공개되는 경우가 있는 각종 설정화나 음악이 포함되어 있어, 설정을 찾아보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많지는 않지만 스위치 외 플랫폼에서의 도전과제처럼, 인게임에서 조건을 만족하면 훈장을 지급하는 훈장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조건이 게임을 날림으로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채울 수 있어, 이쪽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도 게임을 깊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존의 역전재판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대상에 맞게 풀어내면서도 스토리나 수법을 잘 엮어놓았기 때문에, 역전재판을 플레이해본 사람으로써는 한 번 즈음 해볼 만 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역전재판을 플레이해본 적 없는 사람이 새로 해보기에는 많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 됩니다. 튜토리얼 급 챕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상 어느정도 역전재판에 관련된 지식이 없으면 플레이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또, 패키지로 플레이하게 될 경우 한글이 대응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어에 약한 플레이어의 경우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대로 스팀을 통해 플레이할 경우 유저 한글화 패치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 우회 구매를 하는 등, 약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한 번 즈음 플레이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역전재판 시리즈에서 많지 않게도 작품의 마무리가 있으며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나 스토리 또한 깔끔하게 잘 구성되어 있어, 시작과 끝을 보는 묘미가 있습니다.

한 번에 끝내겠다고 무리하게 달려들지만 않으면 플레이어가 지치지도 않으면서 좋은 게임성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