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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Sega Saturn] D의 식탁

  • 장르 : 3D 어드벤처
  • 개발 : 주식회사 워프
  • 유통 : 산에이 쇼보
  • 발매 : 1995년 7월 28일

 

저택 내에서 퍼즐과 영상을 오고가며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타이틀이나 게임 내에서 어느정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하긴 하지만 공포감이 심하거나 하지는 않고, 딱 기본 분위기를 깔아주는 정도라서 공포게임을 아예 못하는 수준이 아니면 무난하게 해볼 만 한 정도입니다. 워낙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당시 시중에 나온 각종 플랫폼으로 이식되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위용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택 안을 탐험하며 퍼즐을 풀어내고 기억을 되찾아가는 게임인 만큼 게임은 퍼즐 그 자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퍼즐 난이도 자체는 플레이 당시에는 상당히 어려운데, 풀고 보면 쉬운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획득하는 힌트나 아이템도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대체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거의 답을 대놓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쓸모없이 배치된 아이템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얻은 아이템을 어떻게 쓰면 될지만 잘 고민해도 대부분 해결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모든 아이템이나 힌트는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기에 지금 있는 환경만 잘 돌아봐도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는 퍼즐 구성입니다. 한참 지나서 쓸 수 있거나 사용처를 알기 어렵게 해놓은 고의성이 다분한 퍼즐 게임에 비교하면 꽤 정직하면서도 직관적인 편이라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 게임 퍼즐의 특징적인 점은, 언어 지식이나 고도의 상식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는 약간의 상식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딱히 언어 지식과 상관없이 풀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연령대나 국적에 상관없이 풀어낼 수 있어서 꽤 평등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첫 발매 플랫폼인 3DO가 북미 쪽의 기업이기도 해서 북미에도 출시 예정이라 그런 점을 감안했을지는 몰라도, 특정 언어의 지식을 요구하거나 상식을 많이 요구하는 퍼즐게임에 비하면 꽤 고도로 잘 설계된 느낌도 있습니다.

 

 

오프닝에서의 분위기 조성은 공포에 가까운데, 게임 자체의 분위기는 사실 공포라기 보다는 음침한 분위기일 뿐인 저택의 퍼즐 풀이 정도에 가깝습니다. 분위기보다 유저를 몰아넣는 것은 "그래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수준으로 시작하자마자 유저를 저택에 던져놓고 아무런 지시도 해주지 않는다는 점과, "2시간 내에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게임오버인데 저장도 할 수 없다" 라는 2가지입니다.

 

게임 자체가 오프닝으로 스토리만 알려주고 아무 것도 제시해주지 않는지라 유저로써는 그저 저택을 돌아다니며 뭘 해야할지 찾아야하는 답답함이 제일 먼저 이겨내야 할 점이기에, 이런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답답함 그 자체인 게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플레이어에게 알려주지도 않지만 2시간의 제한 시간이 걸려있어서 힘겹게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중에도 갑작스럽게 게임이 끝나버리는 경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르니까 모르고 겪어서 당황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언제 끝나는지 알기 어려운 시간 제한을 신경써가면서 풀어나가는 압박의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요즘 게임에서 흔히 써먹는, 점프 스퀘어나 잔인하고 고어한 묘사나 모델링을 통해 공포를 주려는 것과 다르게, 순수하게 공포를 준다는 점에서는 좋긴 한데... 역시 스토리를 진행해가는 입장에서는 여간 컨트롤이 쉽지 않은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게임에서 제일 다루기 힘든건 시간도 퍼즐도 아닌 컨트롤입니다. 이동을 할 때 지정된 위치에서 지정된 위치로만 한 번에 한 칸씩 움직일 수 있는데다, 직관성도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나는 방에서 우측을 보고싶은데 뒤로 돌게 된다거나 하는 동작 미스도 나오기도 합니다. 이게 동작이 빠르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회전하거나 이동하기 때문에 사뭇 답답한 면도 있기도 하고, 이런 시간이 전부 2시간의 시간 제한에 들어가기 때문에 꽤 답답함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당시의 플랫폼 성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스무스한 진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이다보니 조금 더 개선을 필요로 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어쨌거나 좀 답답하긴 해도 2시간 내에서는 게임 오버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자유도가 없지만 탐험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자유도가 제공되는 편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렇지, 탐험 탐색을 하는 동안은 다른 게임에서는 사망하는 트랩이나 액션 실패여도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끝나버립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로써는 시간도 없는데 실수하면 죽는다 라는 압박 없이, 오롯이 탐험에 시간을 쓸 수 있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짜 퍼즐 풀고 진행하는데만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한 배려일 수도 있겠고 저장도 못하는데다 2시간 제한이 있는데 죽으면 억울하니 나름 밸런스 조정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지금 와서는 접근성이나 조작감 때문에 쉽지는 않은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퍼즐의 완성도나 나름 적절한 제약사항이 받혀주는 게임이기에, 접할 기회가 된다면 꼭 접해보는 것이 좋지 않나 싶은 게임입니다. 특히 언어 별로 차이점도 오프닝의 문구나 성우의 목소리 뿐이고 게임 내에서는 언어에 상관없이 달라지는게 없기 때문에, 접근성만 된다면 정말 해보기 좋은 퍼즐을 가미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접근을 할 수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