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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2] 데빌서머너 쿠즈노하 라이도우 대 초력병단

  • 장르: RPG
  • 개발: ATLUS
  • 유통: ATLUS
  • 발매: 2006년 12월 7일

 

데빌서머너 계열의 작품을 이으면서도 시대상이나 장르나 소재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게임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살리기 위한, 또는 제작진 자체의 꽤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선 현대 비슷한 시기, 혹은 아예 미래를 배경으로 하던 기존 작품과는 아예 궤를 다르게 하여 과거의 도쿄를 배경으로 하였습니다. 정확히는 다이쇼 20년이라는, 시기만 놓고 본다면 1931년이지만 연호가 바뀌지 않는 등 현실의 과거와는 또 차이가 있는 가상의 시간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다보니 근대화가 한참 진행된 모습의 제도를 볼 수 있는데다 당시 일본에 팽배해있던 사상이나 서양 열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같은 부분도 잔뜩 드러납니다.

오죽하면 거리에 욱일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기도 하고 일부 NPC의 대사에서는 군국주의와 관련된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 등,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당시 시대에 대한 묘사 만큼은 확실한 편입니다. 덕분에 건축 양식이나 배경 묘사, 당시의 사회 분위기 같은 부분에 대해선 교보재로 써도 무방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전투는 당시 회사에서 밀어주던 프레스 턴 시스템을 버리고 실시간 액션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존의 게임과는 아예 방향성이 다른데, 공격이나 기술 별로 속성이 있고, 약점을 찔린 대상은 일정 시간 스턴이 걸려 데미지가 더 들어가기도 하고, 상태 이상이 어느정도 효과가 바뀌어 남아있는 등 아예 기존 전투 시스템을 갖다버린건 아니고 어느정도 밑바탕 정도는 가져온 정도입니다.

 

다만 액션으로의 전환이 처음이다보니 액션으로써는 부족한 부분이 꽤 많은 편입니다. 라이도우가 구사할 수 있는 액션이 3단 연속 공격인 평타와 찌르기, 모아서 쓰는 회전베기, 속성이 붙은 탄을 쏠 수 있는 총격, 막기 정도 뿐입니다. 즉 구사할 수 있는 행동이 상당히 단조로워서, 화면을 뛰어다니며 적의 공격을 막고 피하다가 적에게 평타를 넣는 것 말고는 할게 없는 편입니다. 액션게임 치고는 꽤 심심합니다. 이런 부분을 동료마의 스킬로 커버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소환할 수 있는 동료마가 하나 뿐이라 뭔가 전투마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장면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회전베기는 사실 상 쓸 일이 없고, 평타 2번을 쓴 이후 가드로 캔슬하는 식으로 딜레이를 줄이면서 싸우거나, 2번을 때린 후 방향키와 함께 입력하면 나가는 찌르기 공격 섞어주기 정도가 끝입니다. 덕분에 액션이라지만 과장 좀 보탠다면 전투로써는 단조롭기 짝이 없는 초창기 작품과도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차별점이 있다면 악마 회화가 없다는 점인데, 적의 약점을 찌르면 연타를 통해 동료마로 삼을 수 있어서 연타에 자신이 있다면 동료마에 대한 포획은 역대급으로 쉽습니다. 악마 회화가 없어진건 좀 아쉽긴 한데, 약점만 찌를 수 있으면 즉석에서 전력을 보강할 수 있기에 생각보다 편리한 기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이템 역시 전투 중에 쓸 수 있긴 한데, 각 아이템 별로 소지할 수 있는 갯수가 9개까지 뿐이라, 사용 가능한 포션이 제한이 있는 셈이 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난이도가 상승하긴 하는데, 후반가면 돈이 꽤 남는데도 포션 갯수가 꽉 차는 문제도 생깁니다. 전략적으로 상점에서 살 수 있는 포션만 적당히 쓰면서 드랍템은 모아놨다 보스전에서 몰아서 쓰는게 반쯤 강요되기도 합니다. 상점에서 사는 아이템이건 드랍템이건 어차피 종류 별로 9개씩만 들고 다닐 수 있어서 차라리 상점에서 살 수 있는걸 쓰는게 나중을 위한 저축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스전은 꽤 기믹 플레이인 경우가 많은데, 단순 패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패턴을 모르면 파훼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적인 플레이라면 플레이어가 악마와 함께 각개전투를 하거나 합동으로 전투를 해야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악마에게 딜을 맡기고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피해다니다가 딜을 조금씩 넣는 정도가 대체입니다... 

어쨌든 보스의 기믹 자체는 아무래도 턴제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구현했기에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턴제가 아니기에 가능했지만 앞으로 턴제 형식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다시 보기 어려운 것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데빌 서머너 시리즈 아니랄까봐 역시 악마 별로 충성도가 있는데, 충성도가 낮다고 아예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충성도가 높아지면 전투에서 명령을 들어주기도 하고, 충성도가 MAX일 때만 다른 악마와 함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충성도 채우는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래도 전투 몇 번만 하면 충성도 채우기가 어렵지는 않은 편이라 생각보다 충성도 채우기가 힘들지만은 않기도 합니다.

어차피 레벨 업 하려면 노가다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이 노가다를 하다보면 충성도가 올라가고 충성도가 쌓이면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동료마 최대치가 조금씩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무조건 하긴 해야하는 작업이라 사실 스토리를 진행하면 그냥 쌓여있긴 합니다. 무엇보다 전투만 해도 충성도가 자동으로 차오르기도 하고 충성도를 채워서 합체시키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이 어렵다보니... 반대로 악마끼리 합체시키면 제물이 되는 악마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데, 친해진 악마와의 작별을 느끼게 해주는 등 좀 더 감성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또 탐정인지라 필드 워크를 상당히 살려두었는데, 수도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NPC와 대화해서 정보를 얻어내기도 하지만 각 악마가 지닌 스킬로 NPC의 마음을 읽거나 심리를 조작해서 아이템이나 정보를 얻는 등, 꽤 재미있는 기능이 많습니다. 덕분에 악마에 대한 의존도도 꽤 늘어서 악마의 스킬을 이용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얻지 못하는 아이템도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스킬과 관련된 작은 이벤트나 간단한 대화도 있어서 작은 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악마는 서브에 가깝던 다른 작품 보다는 좀 더 악마 소환사라는 느낌이 다분합니다. 다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파티에 항상 조사에 필요한 스킬을 하나씩은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 조사 스킬의 필요도가 낮아지는 후반에 들 때 까지는 파티의 유연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습명으로 쿠즈노하의 이름을 이어받은 주인공이 탐정 조수로 일하며 현실과 이계를 오가며 수도를 지키는 임무를 담당하는 중 붉은 헌병과 얽히며 그와 관련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배경과 실제 시대가 그러하다보니 군부와 상당히 연결되는 요소가 많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미는 일제의 육군을 상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간중간 그들과 관련된 시설에서 조사를 하거나 악마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전반적으로 당시 육군을 적으로 등장시키며 군국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많이 주는데, 실제로도 그랬듯이 육군과 해군의 사이가 나쁜 것을 묘사하기도 하며, 괴인화된 사람들과 전함을 이용해 이들을 타국에 보내 몰살시키고 일제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음모를 꾸미며 그를 위해서라면 같은 군인 해군을 급습하기도 하고 수도의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등 꽤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휘를 내리는 지휘관이 악마에 빙의되어 있다는 묘사나, 흑막이 미래를 개변시키려 했다는 언급으로 어느정도 커버를 하긴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흔히 말하는 극단적인 의견을 어느정도 무마시키기 위해 넣은 연출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주인공의 발을 붙잡기 위해 등장하는 군과 관련된 보스는 전부 꽤 강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군대가 상당히 악독한 조직에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라면 실험이나 민간인 납치는 물론이고 군경의 좀비화 까지도 서슴치 않는 등 군 조직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세간에 잘못 알려지긴 했지만 어쨌든 군국주의를 지향하거나 찬양하는 스토리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NPC의 대사에서도 그러한 군의 움직임이나 모습에 잘못 되었다는 묘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다만 마지막은 조금 스토리가 붕 뜨는 느낌이 있는데, 군국주의에 물든 육군과 결착을 확실하게 내거나 마무리하는게 아닌, 시간의 틈새를 돌아다니며 탐색하다 다른 시열대에서 왔다는 최종보스와 전투하는 스토리입니다. 최종보스에게도 이유가 있고 나름 장렬히 싸우려고 하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 계속적으로 군과 관련된 이야기로 흘러가다 마지막에 들어서 갑자기 전개가 펼쳐지니 이런 전개여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후반부 가면 약간씩 떡밥이 있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항상 있는 이 회사의 막판에 엑셀을 밟는 스토리의 특징이 드러난 또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발되던 기간이 회사가 한창 힘들던 시기이다보니 이것저것 줄어들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기도 합니다.

 

액션이 좀 하자가 있어서 다른 액션 게임을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좀 아쉬워질 수 밖에 없고 스토리가 후반에 붕 뜨긴 하지만 나름 해당하는 시기의 묘사나 시대 상황을 잘 살리기는 했기에, 아주 못할 게임은 아닌 정도입니다. 난이도 조정만 있었어도 좀 더 접근성을 올릴 수 있었을텐데 난이도까지 꽤 있다보니 무작정 접근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재미있는 시스템이 있고 묘사는 뛰어났지만 그 외적으로는 아쉬운 게임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곧 나올 리마스터 작품을 기다리는게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