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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여신이문록 페르소나

  • 장르 : RPG
  • 개발 : ATLUS
  • 유통 : ATLUS
  • 발매 : 1996년 9월 20일

 

현재는 JRPG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은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 작품 중 하나로 기획되어 나왔고 시리즈물로 계획된 것도 아니었는데다 스타일이나 게임성도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르소나님 놀이를 한 사람 중 자격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지켜줄 수호신 같은, 마음의 갑옷인 페르소나 능력을 얻게되는데, 주인공 일행이 우연히 페르소나님 놀이를 했다가 정신과 물질의 틈새에 있는 필레몬에게 인정받아 페르소나 능력을 얻게되고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격렬한 사유가 필요한 후기 작품과는 다르지만, 보편적 무의식 속에서도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각성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주제인, '생각하기에 존재한다' 라는 부분과 어느정도 통하는 듯 합니다.

 

플랫폼과 더불어 작품 성향을 바꾸다보니 그래픽이나 사운드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과 악마의 동작이 존재해서, 스킬이나 공격마다 어떤 동작을 하는지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 관련해서는 몇 장면 안되지만 폴리곤 그래픽을 이용한 무비도 약간씩 지나갑니다. 지금이야 잘 다듬어진 그래픽이 기본적인 시대지만 당시로는 꽤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음악적으로도 방향성을 조금 바꿔서 음악의 폭이나 퀄리티도 상승하였습니다. 지금 들어도 괜찮다 싶은 음악도 다수 있는데, 반대로 음악 자체는 괜찮은데 이 던전이랑 맞는건가 싶은 음악도 약간씩 있습니다. 당시의 투박한 음악적 분위기가 잘 녹아있습니다.

 

메인이 되었던 작품이 작품라 이 게임도 본가 게임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주인공이 무기와 총으로 무장하였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파티원이 모두 사람이고, 저마다 착용할 수 있는 무기가 다르고 5×5 사이즈의 진형에 맞춰서 전투하게 된다는 특이한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전열/후열 개념만 있던 시스템에서 발전해서 위치에 따라서 적에게 공격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딜을 할 수 있는 위치 선정이나 공격적인 포지션 만들기도 가능해보이지만, 각자의 무기나 스킬의 범위에 따라 공격이 닿지 않는 경우도 발생해서, 각 캐릭터마다 어느정도 포지션이 강제되는 현상을 야기하게 됩니다. 획기적으로 추가된 시스템이었지만 잘 알아도 써먹기 힘든 시스템인데 후술할 스킬의 범위까지 겹치면서 전투 난이도를 올리는데 일조하였고 결국 후속작에서는 삭제되면서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진 여신전생 if의 가디언 시스템을 개량한 페르소나 장착 시스템은, 최근의 작품과도 사실 상 동일합니다. 장착한 페르소나가 보유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각 페르소나마다 정해진 마법이 있어, 효율적인 스킬의 페르소나와 그렇지 않은 페르소나로 또 나뉘게 됩니다

최근 작품에 비해 다른 방향으로 세밀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각 페르소나마다 속성이 정해져 있습니다. 물리/마법의 속성에 대해 무효/반사를 하거나 약점이 정해져 있는데, 고레벨의 페르소나로 갈수록 이런 속성 내성치가 잘 잡혀있거나 무효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레벨의 페르소나라도 흡수나 반사의 내성이 잘 잡혀있는 경우가 있고, 그 외에도 숨겨져있는 페르소나 중에 속성이 괜찮은 경우가 많아, 어떤 페르소나를 껴야할지 잘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은 내성이나 스테이터스를 취하고 물리로 갈 것인가, 약간 내성을 찔리거나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동 레벨 대에서 위력이 좋은 마법을 취할 것인가 중에서 조절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정답은 없어서 플레이 스타일이나 던전 상황에 맞추는게 좋긴 합니다.

 

최근 작품과는 다른 특징이지만, 파티에 참가되는 모든 멤버는 페르소나를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티원의 속성에 맞춰 주인공의 페르소나를 갈아끼우던 것과 다르게, 각 파티원의 전투 포지션 등에 맞춰 페르소나를 달아줄 수 있다는게 큰 특징입니다. 굳이 전투 포지션에 맞춘다면 후열에 위치하는 파티원은 공격이나 회복 마법 위주로, 전열에 위치하는 파티원은 물리 마법이나 물리 공격을 채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페르소나를 다 착용할 수 있는건 아니고, 각 멤버마다 상성이 맞는 아르카나가 정해져 있습니다. 상성이 맞는 아르카나를 착용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상성이 맞지 않으면 아예 착용이 안되거나, 착용은 되지만 능력 발현을 할 수 없는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좀 더 머리를 굴리게 되는 부분이지만, 상황에 맞춰서 취하는 모습이나 태도가 계속 바뀌는게 사람이지만,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같은 느낌일 수 있어서, 좀 더 인간적인 부분에서의 페르소나의 의미는 맞지 않나 싶습니다

 

페르소나를 만드는 과정도 후기 작품과는 약간 다른데, 스펠 카드를 합쳐서 페르소나를 만들 때 조합에 따라서 아르카나도 정해지지만 스테이터스 상승 여부나 스킬 계승 여부 등도 같이 결정됩니다. 경우의 수가 꽤 많기 때문에 조합법에 따라서는 스탯 감소를 감안하고 스킬셋이 괜찮은 페르소나를 끌어오는 방법도 쓸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합체에 아이템을 집어넣음으로써 부가적인 효과를 얻거나 특정 스킬을 달아주거나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잘 활용하면 초반 페르소나에게 좋은 스킬을 달아줘서 빠른 레벨링을 하는 방법도 가능한거죠. 활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스킬을 막 달아주거나 하기 까지는 안되지만, 자기만의 독창적이거나 홣용도가 높은 페르소나 만들기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 작품의 합체는 페르소나 끼리의 합체가 아니라 스펠카드를 합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합체를 해버린 페르소나는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만들게되면 끝까지 쓰고 삭제하면서 랭크 효과를 얻거나 창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방치하는 수 밖에 없어서, 잘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여신전생 시리즈에 이어서, 이 작품도 악마와의 회화가 존재합니다. 악마회화의 규모가 상당히 큰데, 각 캐릭터마다 4개씩의 회화 선택지가 있고, 악마에게는 4가지 감정이 존재하는데, 단순 회화만 누르면 되던 시스템에서 폭발적으로 어려워진 감이 있습니다. 악마의 성격을 알거나 답을 알면 어느정도 쉬워지지만, 원하는 감정을 올리는 선택지도 경우에 따라 다른 감정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 무작정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레벨이 높은 악마에게 아이템이나 회복을 받아내거나, 합체에 쓸 수 있는 스펠카드를 받는 등, 전투를 회피할 때도 쓸 수 있어서 잘 써먹으면 피하고싶은 전투를 손실없이 넘길 수도 있습니다.

 

진 여신전생 if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이 게임에도 루트가 존재합니다. 정확히는 한 게임 안에 두가지의 스토리 라인을 집어넣은 셈입니다. 메인 스토리 라인을 그냥 따라가다보면 세베크 루트로 가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눈의 여왕 루트로 진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음새가 약간 애매해서 어느 쪽이 정사다 조금 따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쪽 다 정사이기도 하고 게임성이나 메인 스트림을 해치지 않으면서 두개의 스토리를 하나의 게임에 넣었다는 것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다만 스토리 문제도 있고 후기작으로 갈수록 볼륨도 커지면서 여러 문제가 겹치다보니 루트가 갈라지는 시스템이 빠지게 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임이 짧았더라면 계속적으로 시도되었을 기능이라 생각됩니다.

 

메인 스토리 라인인 세베크 편은 주인공 파티는 전부 인간이고 고등학생이며 인간들 끼리의 이야기다 라는 점을 빼면 여신전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2D맵과 3D맵을 넘나들며 악마와 싸우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약간 왕도적인 스토리의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비교적 덜 무거울 뿐이지 여기저기 세기말의 감성이나 무거운 주제도 많이 녹아있고, 이세계와 현실을 왔다갔다 하는 관계로 스토리라인을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 일행이 하나씩 좌절과 절망을 겪고 주저앉았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전개는, 어떻게 보면 후에 나오는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일종의 히든 루트인 눈의 여왕 루트는 눈의 여왕의 부하가 지배하는 3개의 탑을 클리어하고 거울을 완성시켜 눈의 여왕을 쓰러트리러 간다는 내용입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보니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흔히 하게되는 고민이나 이야기를 어느정도 볼 수 있습니다. 쥬브나일 스타일이 좀 더 섞여들어간 루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D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전투해야하는 세베크 편과 다르게 학교 내의 3D맵에서 계속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쪽 스타일만 본다면 좀 더 청춘의 느낌은 있습니다.

다만 각 탑에 시간제한이나 조건이 걸려있고 던전 내에서는 저장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데다 던전의 각 층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던전 안의 던전을 깨고 나와야 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상급자용 루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어렵고 도전해볼만한 난이도를 원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루트입니다.

 

후기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지만 같은 IP를 사용하는 작품군 내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독보적인 난이도를 자랑하다보니, 재미는 있지만 정작 실제로 해보는건 무리가 있는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시 혁명적인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성능에 힘입어 청춘물로 파워업한 여신전생이라, 다양한 시도를 하였는데, 그것들이 난이도를 올리는 쪽으로 시너지가 모여서입니다.

인카운트율이 심할 때는 단 1~2걸음 걸었는데도 적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아군의 평균 레벨이 적의 평균 레벨보다 낮으면 도망칠 확률이 낮아져서 도망치기를 누르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에 입체적으로 연결된 던전의 구조는 지도를 펼쳐놓고 봐도 어디로 가야할지 감을 못 잡게 꼬여있기 십상입니다. 여기에 인카운트까지 겹치다보니 길을 찾아야하는데 전투가 계속 발생해서 길은 못찾고 파티만 계속 손상을 입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전투 연출이 스킵이 불가능해서, 아군 연출 적 연출을 모두 보면서 전투를 진행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심하면 필드에서 10초 걷다가 전투 시작했는데 전투만 5분 걸리는 기현상도 발생합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난이도를 최대한이라도 조절해보겠다고 어느정도 시도가 들어갔는데, 2걸음 당 SP1가 1씩 차오르거나, 한 명이라도 살아서 전투가 끝나면 전투에서 죽은 캐릭터는 바로 부활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시 말해 몇 걸음만 걸으면 회복을 할 수 있고 죽었다고 해서 회복의 샘으로 뛰어갈 필요도 없다는 장점이 있긴 있습니다. 정작 진짜 필요한 적을 막는 스킬이나, 던전 중간중간에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보니, 획기적인 체감은 되지 않는다는게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이런 약간의 편의성이 있었음에도 많이 해결되지 못했던 난이도를 높이는 문제는 게임의 재미와는 별개로 난이도 측면에서 발목을 세게 붙잡아서, 마조히스트 게임이라는 별칭까지도 붙기도 했습니다. 바로 다음 작품부터 시작해서 부조리함과 난이도를 올리는 부분을 하나씩 개편해나갔다는 점에서, 개발사에서도 이런 부분을 세게 체감당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비교적 신화적인 스토리를 주요로 삼던 게임에서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거쳐서, 어느 루트건 주제의식이나 분위기를 잘 잡은 방향으로 온 게임이긴 합니다. 요소 하나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후기 작품에서 보기 어렵거나 독특한 시스템이 있는 게임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유저에게 힘든 쪽으로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난이도가 높아서, 남이 플레이하는걸 보거나 플레이한 결과를 보는건 재미있지만, 직접 플레이하기에는 힘들고 꺼려지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은 추후 PSP판이 나올 때에 대부분 해결되어, 플레이의 쾌적함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이 게임의 시스템이나 부조리함을 겪어보겠다 하는게 아니라면 PSP판을 통해 즐기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이로울 것입니다.

 

모든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작성합니다.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