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 RPG
- 개발 : ATLUS
- 유통 : ATLUS
- 발매 : 2000년 6월 29일
2 죄편이 발매되고 1년이 지나서 나온 작품입니다. 죄편과 묶어서 하나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죄편의 실험적이면서도 아쉬운 부분을 다듬은 개선판이기도 합니다. 확장판으로 오해받기 쉬운 게임인데 확장판은 아니지만 확장판의 역할도 해낸 작품인게 특징입니다.
죄편에서 개발한 엔진을 유용하면서도 동시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대비되거나 차이점을 두는 등, 신경 쓴 부분이 많아, 비교하면서 플레이하면 여러모로 재미를 느끼기 좋습니다.
죄편과 세트로 나오는 작품인 점을 노려서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타츠야 대신에 마야로 변경되고 파티원이 전부 성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죄편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면 벌편은 어른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인이 등장인물이라 청소년물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어두운 이야기도 녹아있고, 서로간의 이해 관계도 녹아있어 어느정도 하드보일드한 느낌도 있기 때문에 이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마지막에 합류하는 타츠야도 고등학생이던 전작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줘서, 확실히 무거우면서도 하드보일드한 전개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청춘물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페르소나답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에, 감점인 요소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최근의 작품이 밝고 활기찬 부분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다보니, 더욱 비교되는 모습도 있습니다.
2편과 기본적으로 엔진은 동일하기 때문에, 죄편의 세이브 데이터를 일부 이어받아 플레이하는게 가능한건, 후속작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큰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를 이어올 수는 없지만, 전작 주인공인 타츠야의 육성 상태부터 해서, 일부 요소를 이어올 수 있어서 전작의 플레이에 대한 보상감과 더불어 이어서 게임을 한다 라는 심리감을 주기도 합니다.
가장 최신작인 5편에서 확장판이 나올 때에 제대로 된 세이브 연동이 없어서 논란이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작의 육성 상태를 이어주면서 어느정도 보정을 해서 스토리나 밸런스를 파괴하지도 않는 점은 상당한 플러스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약간은 투박한 느낌도 있었던 시스템의 여러 부분도 수정되었는데, 조작이 불편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던 메뉴 항목을 과감하게 부드러운 연출을 조금 포기한 대신 최적화하고 빠르게 넘기거나 기존에는 일일히 나와서 다시 들어가야 했던 항목도 동선을 개선하는 등, 죄편에서 사용한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가능한 범위에서는 좀 더 효율성을 높인 모습이 돋보입니다.
또 이에 맞춰서인지는 몰라도 일러스트도 좀 더 부드럽게 바뀌었는데, 죄편의 일러스트 보다는 깔끔하면서도 인상이 유해져서 좀 더 좋은 느낌을 줍니다.
전작의 시발점이 된 특정 사건을 없는 것으로 하는 평행세계가 배경이 되는 만큼, 평행세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다듬어진 세계관은 생각할 수록 재미를 주는 배경이 되어있습니다. NPC의 위치가 바뀌거나 어느정도 역사도 바뀌어있고, 상점이 다른 구역으로 옮겨져있는 등,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세부적으로는 또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 비교해보는 재미를 주면서도 평행세계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밑바탕이 되는 요소라 생각됩니다.
일부 상점은 전작과는 아예 기능이 바뀌거나 없어지고, 다른 영업을 하게 되거나 하는 등, 전작과 비교했을 때에 신선함을 주는 장치도 어느정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구역과 신규 시설도 추가되었는데, 대체로 좀 더 RPG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시설이라 파고드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작에서 많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 난이도 부분도 정리가 대폭으로 들어가서, 비교적 할 만 해졌다 라는 느낌을 주게 조정되었습니다. 편의시설의 가격도 어느정도 밸런스가 잡혔으며 전투 난이도도 조금 조정이 되어서, 초반부터 상태이상을 적극적으로 걸어오는 적도 늘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에스토마를 지닌 페르소나가 확연히 줄어들기도 했고, 페르소나의 획득 스킬이나 밸런스가 일부 조정되는 등, 어느정도 전투 내외부에서 어느정도 밸런스를 잡으려고 시도를 한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다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어느정도 범용성이 있는 페르소나도 늘어나고, 스킬 카드도 다양해지다보니 초반만큼 막 불편하지는 않게 됩니다. 밸런스를 조정해도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조금씩 낮아지는건 RPG의 특성 아닌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악마회화도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어렵던 것을 조절해서 각 캐릭터 별로 하나씩만 가능하도록 축소시키되 캐릭터 별로 조합 회화를 파워업해서, 배치 순서에 따라서 또 다른 회화가 나오는 기능도 생겼습니다. 최대 3명까지만 조합이 가능하지만, 같은 캐릭터 조합이라도 아예 다른 회화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조합을 찾아가는 재미가 좀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후반으로 가면 흥미나 재미를 올리기 위해서는 조합으로 회화를 거는게 반 필수가 되는데,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군상극도 딸려오기 때문에 하나의 묘미로 파워업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작이 소문을 조종하는 RPG 치고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점에 비하면, 이번 작은 이런 부분을 대폭으로 강화시켰습니다. 전작과 같은 물건의 품질을 조절하는 소문은 특정 가게에서 물건을 취급한다 정도로 모두 줄어들고, 특별한 효과를 지닌 상품을 파는 가게로 만들거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거나 경품 추첨의 상품을 변경하는 등, 보다 다양한 소문을 퍼트릴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걔중에는 서브 퀘스트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소문도 있고, 상점의 위치를 옮기거나 특정 NPC에게 랜덤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등,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수 효과를 유도하는 소문도 생겨있어서, 신선함과 동시에 어느정도 파고드는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진짜 말 그대로 소문을 조종하는 RPG에 걸맞게 파워업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만큼 소문을 획득하는 루트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고급 소문을 퍼트리기 위해서는 열심히 NPC에게 말을 걸고 다니거나 악마에게서 소문을 캐내는 작업이 많이 필요해집니다.
전작이 마야 문명의 멸망을 바탕으로 주로 서양의 세기말 분위기를 많이 가져왔다면, 이번에는 중국의 여와와 복희 신화를 기반으로 동양의 분위기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 예언이 떠돌던 1999년이 무사히 지나갔다보니 약간은 대학살극이나 거리가 실시간으로 폭발하는 세기말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죄와 더러움의 정화에 대해 강조하는 사이비 종교의 모습을 통해 혼란해지는 사회의 모습을 잘 풀어냈습니다. 과학기술이 어느정도 따라오지만 동양의 분위기를 잃지는 않도록 잘 조절해서 후반까지 어느정도 동양풍, 특히 일본풍의 던전이나 퍼즐도 등장하는게 특징입니다.
그렇다고 또 전작의 분위기를 아예 잃지는 않아서, 어느정도 과학기술이 동반된 최신식의 던전이나 전작과의 연계성에 따라 재등장하는 던전, 보편적 무의식의 세계까지 다루는 등, 마냥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분위기의 조절은 잘 되어있습니다.
전작의 연계성도 어느정도 녹아나서, 운명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작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데자뷰같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전작이 거의 일직선 진행이었던데에 반해, 이번 작은 1편의 어나더 루트와 2편의 선형 진행의 중간점을 취해, 선택지를 통해 분기점을 타도록 해놓은 것도 특징입니다. 1편처럼 아예 스토리가 달라지지는 않고 선택한 루트에 따라서 중간에 임시 합류하는 동료가 달라지며 진행하는 던전이 달라지며, 어느 쪽으로 진행해도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해당 캐릭터가 이탈하고 전작의 주인공인 타츠야가 다시 파티로 합류하게 됩니다. 양쪽 스토리를 모두 직접 보고싶다면 클리어 파일을 이어받아 양쪽 루트를 한 번씩은 플레이해야 합니다.
각 루트에서만 즐길 수 있는 던전이나 보상 등이 있고 특히 양쪽 루트를 모두 클리어할 경우에 즐길 수 있는 EX 던전도 있어서 양쪽을 모두 클리어하는 보람을 주기도 하지만, 1편처럼 스토리 초반에 갈라지는게 아니고 어느 정도 진행을 해야 분기를 탈 수 있어서 어느정도 파고 들어야 양쪽을 모두 해볼 수 있다보니 파고드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양쪽을 모두 맛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루트를 타도 후반부 부터는 변화가 없기에 한 번만 클리어하고 말겠다는 경우에도 선택의 부담은 적다는게 장점 아닌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작에서 빈약했던 서브 퀘스트 또한 대폭 강화되었는데, 특정 지도를 완성하거나, NPC를 찾아 이름을 맞추는 등, 시스템 내에서 구현 가능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요소가 추가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소문의 악마를 처치하고 보상을 받는 정도였지만, 진짜 RPG의 퀘스트 처럼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퀘스트가 추가된 점이 큰 의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건을 맞춰야 가능하기도 하고 건수가 많은건 아니지만, 소문의 악마를 처치하는 것 보다 확실히 많기도 하고, 보상도 적은 수준은 아닌데다 좀 더 퀘스트의 형태를 갖췄다는 점에서는 좀 더 RPG의 모습을 다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서브 퀘스트의 진행 일부는 다른 소문이나 퀘스트와도 연계가 되기도 해서, 파고들기를 해보고싶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토리는 전작의 평행세계 느낌을 살리면서 동시에 동양적 세기말 분위기를 녹여냈으며, 전작보다 스토리가 좀 더 다듬어져서 각 캐릭터 간의 관계나 스토리의 개연성이 보다 잡힌 느낌이 있습니다. 전작처럼 약간 알기 어렵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도 전작에 비하면 거의 줄어들어서 완벽한 이해는 어렵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하는 정도로는 된 스토리입니다.
전작이 신화적이고 도시전설 요소를 많이 차용했던데에 반해, 전작의 요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마피아나 군사 기술, 점술을 빙자한 사이비 종교, 흑주술과 결탁한 공권력 등 약간은 비현실적이지만 전작보다는 비교적 현실적인 요소를 위주로 차용해서 적어도 흐름이 전작보다는 알기 쉽다 라는 점이 있습니다.
또 각 캐릭터의 내면에 대한 선택지에 따라서 전개를 약간 바꾸거나 엔딩의 대사 일부도 변형시킬 수 있는 등, 전작과의 연결성을 어느정도 지키면서 가져가는 부분도 호평할 만 합니다. 선택지에 따라서 엔딩이 좀 더 애절하게 변하기도 하는 모습은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봅니다.
다만, 죄편만 가지고는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지 못했던 것 처럼, 이 작품 또한 하나만 가지고는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세트로 나오는 게임의 태생적 특징이겠지만, 죄편이라는 게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벌편의 스토리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벌편을 플레이하려면 1편까지 플레이해야 하다보니, 게임 3개를 플레이해야 비로소 페르소나2라는 게임의 스토리 한 편을 다 보는 형태라, 플레이어를 어느정도 피로하게 하는 부분은 아쉽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후속작부터는 외전이 아니고서는 전작 캐릭터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카메오로만 등장하고, 몰라도 스토리 진행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선에서만 출연시키는데, 2편의 영향이 없잖아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기존 작품을 한 사람들에게는 팬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장치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페르소나 2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시스템을 완성시키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퀄리티를 끌어올린 점에 있어서는 죄편보다도 더 발전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밸런스를 조정해서 너무 쉽지는 않게 만들면서도 파고들려는 사람까지 만족시키려는 시도도 있었고 분기 시스템이나 서브 퀘스트 등의 요소를 통해 단순한 스토리 진행 게임에서 RPG의 요소를 갖추는 작품이었습니다. 페르소나 1편부터 시작해서의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요소가, 특히 죄편에 없었던 요소도 있고 죄편에 있었던 요소도 파워업해서 수록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스토리나 캐릭터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2 죄편부터, 길면 1편까지도 플레이해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아쉬운 점 또한 숨길 수 없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부분이 실제 유저 평가로도 작용해서 현재까지도 가장 판매량이 낮은 시리즈로 남아있고, 여러 요소로 허들이 높은 작품이다보니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재평가 받기 어려운 비운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작성합니다. 뭔가를 잊어버린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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