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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도쿄 쉐도우

  • 장르 : 무비 노벨(실사 인터랙티브 무비)
  • 개발 : TAITO
  • 유통 : TAITO
  • 발매 : 1996년 9월 27일

지금은 꽤 많이 발전하고 자리잡은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이지만, 콘솔 게임이 막 나오기 시작하고 PC 환경도 좋지 않았던 90년대에는 사양이나 용량 문제로 실사 작품은 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실사 작품 시도의 초기에 나온 게임으로, 최초는 아니지만, 나름 어려운 시도를 했던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시나리오 담당으로 당시 파격적인 주가를 보이던 여신전생 시리즈의 원작자인 니시타니 아야를 앞세운 것도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실사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에 시도했던 만큼, 대부분의 장면이 실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촬영된 실사 영상은 중요한 장면이거나 엔딩 같은 구간에서만 사용하고, 대체적으로는 실사 촬영분 중 캡처된 정지 화면이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장면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구간에서는 부족하긴 하지만 약간의 현장감도 느낄 수 있긴 합니다.

지금의 기술과 비교해서는 정말 부족한 느낌이 많긴 하지만, 제작 당시의 도쿄, 특히 시부야 쪽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제 와서는 특징 아닌 특징입니다.

 

발매 당시의 검열이 지금처럼 심하지도 않았고 세기말 분위기도 있었는데다, 시나리오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보니 실사 분장이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보통은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분장이나 음향이 고어한 경우도 있고, 특히 후반은 색감만으로도 끔직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특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서, 화질이 좀 더 좋아진 세가 새턴 이식 시에는 아예 18세 등급을 얻기도 합니다. 고어함이 이 게임의 지향점은 아니다보니 무차별적으로 그런 모습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의 다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상당수가 그러하지만,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할 것은 영상이나 장면을 감상하다가 선택지가 나오면 적당히 선택지를 고르는 것과, 화면 내에서 조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 뿐입니다. 선택지는 대부분 어떻게 봐도 고르면 안될 것 같은 것과, 이걸 골라야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느낌으로 된 것이 많습니다. 후반으로 가면 일부 잘 알기 어려운 선택지도 있지만, 무를 수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죽더라도 구간 단위로 이어서 다시 할 수 있기에, 심하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지는 고르면 바로 엔딩으로 직행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골라도 선택지가 없는 등, 약간 정답을 강요받는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스토리 플롯 자체가 소설에 기반한 것이라, 기반이 되는 스토리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진행하면서 생긴 문제로 추정됩니다.

 

선택지나 진행 방식에 따라서 총 4가지 루트를 탈 수 있게 해두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어떤 루트를 타건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하를 떠돌고, 떠돌다가 우연히 메기도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상대하게 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루트나 장면이 많고 진행에 따라서 조금씩 이어지기 때문에 진행하면서 획득한 장면이나 특징이 엔딩을 볼 때 마다 누적식으로 보여줍니다. 처음 진행할 때에는 한가지 루트만 무조건 탈 수 있지만, 엔딩을 본 횟수나 어떤 루트의 클리어 여부에 따라서 선택지가 늘어나고 바뀌면서 다른 루트도 탈 수 있어서 자연스러운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다만 반복 플레이가 불편하게 되어있는 부분도 있는데, 각 장면 별로 다시 진행이 가능해서 그 장면의 처음부터 진행을 해야하고, 영상이 아닌 부분은 스킵이 되지 않아서 대사를 하나하나 다시 들어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분량이 썩 많지는 않지만, 장면을 채우거나 루트를 진행하다보면 동일한 대사를 여러 번 들어야하기에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나의 루트를 보고 다른 루트를 타기 위해서는 또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고, 이어서 진행할 때는 직전에 진행한 루트의 장면 중에서만 이어서 진행할 수 있어서, 엔딩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노가다를 잔뜩 하게 되는 불편한 경험을 해야합니다.

 

루트는 총 4개가 있지만, 하나의 공통 루트에서 분기하기도 하고, 분량이 엄청 긴 게임이 아니다보니 소설 기반의 세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못 녹여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메기도가 폭발에 휘말려서 다 같이 죽는 루트도 있지만 반대로 미군이 준비한 특수무기가 아니면 죽일 수 없다는 루트도 있고, 진행의 편의를 위해 등장하는 NPC나 설정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니시타니 아야 라는 작가가 여신전생 원작에서도 사용했던, '과학과 신화의 결합', '강력한 무언가를 지닌 미국의 도움'이라는 특징만은 확실하게 녹아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나름 실사 인터랙티브 무비의 초기 작품이기도 하고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스펙을 자랑하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으로 나온 작품이지만, 실사 영상과 음성을 상당히 투입했다는 점을 빼고는 전체적으로 그것 말고는 큰 장점이 없는 아쉬운 게임입니다. 스토리라도 확실히 좋았다면 편의성이 불편한대로 지속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했겠지만, 스토리도 도쿄 시부야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과 플레이 횟수가 누적되면서 루트가 달라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당시의 제한적인 용량과 기기 환경에서 시도했던 실사 작품이라는 정도에 의의를 두는게 가장 적당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든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작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