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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Playstation 5] 화이트데이 2: 거짓말하는 꽃

  • 장르 : 공포
  • 개발 : 루트엔 스튜디오
  • 유통 : PQube
  • 발매 : 2023년 2월 16일

 

2016년 즈음 출시 예정으로 시연까지 되었던 스완 송이 엎어진 이후, 새로 제작된 후속작입니다. 원작 제작사인 손노리 출신 인물들이 참여를 했다거나 에피소드를 3개로 나눠서 진행한다는 등, 나올 때 까지만 해도 기대감 자체는 높았던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 자체가 졸작 수준으로 나와버려, 제작 인원들이 발매 이후 퇴사를 해버리거나 패키지판 발매도 1년이나 지나서 겨우 되는 등 발매 이후 상황은 좋지 않은 상태...

그나마 몇 번의 패치를 통해 할 만한 게임이 되었던거지, 실제로 발매 당시에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플레이에 지장이 많기도 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

 

 

장소를 전작에서 하루 지난 연두 고등학교를 썼기 때문에 학교의 구조 자체는 변화가 사실 상 있을 수 없어서, 복도에 기물을 설치해서 통행을 방해하거나, 문을 열리지 않도록 해서 아예 동선을 불편하게 만드는 등, 부조리한 점이 많이 도입되었습니다.

굳이 전작의 다음 날입니다 라는 점을 내세울 이유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 만에 이 많은게 바뀌었다고 싶을 정도인데, 이 덕분에 하루 지난 학교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한참 지나서 폐교된 건물이 배경인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나마 전소된 강당만이 전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구나 알게 해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마 전작에서는 갈 수 없었던 본관 1구역의 3~4층에 가볼 수 있다는 점이나, 본관~신관이 로딩 없이 전부 이어져서 로딩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었습니다. 원작에서 구현하려던 학교를 여기서나마 구현했구나 싶은 정도입니다. 2017년 버전만 해도 사양이 충분히 좋아졌음에도 로딩까지 해가면서 이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문제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 지하에 사실은 인체실험실이 있었다 하는 설정을 추가해서 지하에 폐병동을 만들어버리는 사고를 치고 맙니다. 이미 학교를 몇 번이고 배경으로 썼으니 식상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하겠다 하는 방향성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무리해서 넣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전작에서는 닫혀있어서 못 갔다 치더라도... 굳이 이런게 있었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설정 상으로도 학교에서 몇 명씩 납치해서 실험을 하거나 했다는 정황이 나오는데, 너무 무리수를 많이 뒀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굳이 기존 설정을 무시하고라도 넣어야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라도 깔끔한 편이 아니라 학교 구조의 문제를 커버해주지도 못합니다. 에피소드 3개에 나눠서 각 스토리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깔끔하게 해결된건 사실 상 에피소드 2 하나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이렇게 흐리멍텅하게 진행해서 흐리멍텅하게 끝난다 수준...

전작처럼 화이트데이니까 연애 루트 하나 넣어주고, 전작 캐릭터 좀 넣어주면 괜찮겠지 생각한 듯 한데, 학교에 들어온 목적 자체는 사실 있으나마나 한 수준인데다 남아있는 그 때 마다의 목적도 중간중간 뛰어넘어서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에피소드 3는 전작에서 해결된 문제를 또 해결하겠다고 들어오는 내용이고, 몇 명의 캐릭터는 아예 존재할 필요 조차도 없는 수준입니다.

어찌보면, 전작의 연장선이니 전작의 캐릭터를 집어넣어야 한다 라는 방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침이 불러온 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전작 캐릭터 중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올 이유가 있는 캐릭터는 사실 없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짧은데 에피소드 하나 하나하는 더 짧고, 그렇다고 그 스토리가 매끄럽지만도 않은 물건이 나와버렸습니다.

 

나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재핑 시스템도 별로 좋은 결과는 못 나왔는데, 선택지에 따라서 엔딩 부근만 바뀌고 플레이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이전 에피소드에서의 플레이가 다음 에피소드에서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엔딩이 바뀌거나 좀 더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정도인데, 오히려 전작의 유지민 루트에서 "이희민이 획득한 아이템은 유지민이 획득할 수 없다" 같은 요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 큽니다. 세이브 파일이 이어지지 않으니 취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영향 자체가 적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스토리를 변경하고 축소하는 과정에서 일부 구간은 엔딩을 한 번 보면 대사가 바뀌어있지만 진행에 영향이 없거나,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등, 시도는 좋았지만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퍼즐도 꽤 전작보다 늘어난 편인데, 대부분의 퍼즐이 대놓고 답을 알려주거나 어처구니 없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퍼즐을 풀어내는 재미 보다는 순찰자를 피해서 아이템을 찾거나 단서를 모으는 피로도가 더 큰 느낌입니다. 메모를 열심히 모으면 금방 풀어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그래서 이런 퍼즐이 왜 나오는데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전작에서 뒤지고 또 뒤진 구간마저도 퍼즐로 써서, 전작에서는 없었던 오브젝트가 생기거나 시설물 자체가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퍼즐 추가하겠다고 이상한 구조물이나 장치가 생긴걸 보면 좀...

 

보스전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강제 진행되는 구간도 생각보다 부조리함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갑작스럽게 나와서 이런게 왜 나오는거지 싶은 수준인데가, 방법을 모르면 바로 죽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죽으면서 방법 알아보라고 넣은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조증상이 있거나 학교 분위기나 상황과 어울리기라도 했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그런게 아니라서... 그나마 신관 복도에서의 귀신이나 소강당에서의 마네킹 정도가 진짜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게임에 좋지 않은 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밤의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소름끼치는 사운드나 노이즈 연출을 통해 분위기 자체는 가끔씩이지만 꽤 괜찮게 끌어냈고 원작과는 또 다른 공포를 끌어내긴 했습니다.

전작에서는 굳이 찾아가서 봐야하고 한 번 등장하면 다시 나오지 않거나, 컷 씬을 통해 등장하다보니 좀 늘어지는 느낌을 주던 귀신도 주기적으로 랜덤하게 등장하기도 하고...

추격자를 일정 시간동안 무력화시키는 기능도 공포감을 약간 저하시키지만 나름 괜찮은 기능이 아닐까 생각하긴 합니다. 무엇보다 추격자는 떨어뜨리지 못하면 갈 때 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예 잠시 무력화시키고 도망가서 하려던 것을 할 수 있어서 좀 더 스피디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의 비극은 시열대를 전작의 다음 날로 잡았으면서, 스완 송에서 사용했던 요소를 가져와서 제작하다보니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전작의 다음 날이라는 요소로 스토리를 진행했으면 전작 이후의 학교 모습을 비추는 게임이 될 수도 있었을거고, 스완 송을 이어서 제작했으면 전작과는 상관없이 옛날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학교의 시설이나 비밀 같은 것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스완 송의 예정 배경이 전작의 6년 전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도 괜찮은 방법이었을 수도 있구요

다만 이 둘이 합쳐지면서 너무 많은 모순이 생겨나서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엉망이고 퍼즐도 퍼즐대로 엉망인 게임이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부분을 다듬지 않으면서 여전히 학교에 귀신이 남아있는데다 경찰이 순찰을 돌면서 플레이어를 제압하러 온다는 개연성 없는 문제가 생겨버린 셈이지요.

 

회사도 폐업해버렸고 이미 회생이 어려운 게임이라 더 이상 패치가 있기는 어려운 상태라 더 안타까운 게임입니다. 화이트데이라는 IP 자체가 이렇게 사장되면서 후속작도 나오기 어려워졌고 오명만 남은 게임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스완 송을 이어가거나, 공간만 같은 별개의 게임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팬 게임이었다면 차라리 욕만 먹고 끝났을텐데, 후속작을 자처하고 나와서 이렇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기대감은 컸는데 많이 아쉬운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