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 인터랙티브 사운드 드라마
- 개발 : Warp
- 유통 : Warp
- 발매 : 1997년 7월 18일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찾는 과정과, 초등학생 시절의 첫 사랑을 주제로 한 게임으로, 사운드 노벨 형식이지만 오로지 소리로만 진행하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라는 점입니다. 실행하면 오로지 검은 화면만 나오며, 플레이어는 방향키와 A버튼만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나오기 때문에, 오로지 들리는 소리만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게임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나마 드림캐스트에 이식된 버전은 배경 사진이 나오는 모드가 있다고는 하는데, 처음 나왔던 세가 새턴은 그런 것 조차 없이 오로지 검은 화면만 나올 뿐입니다. 처음 접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이죠.
등장인물 끼리 주고받는 대화나 상황의 묘사를 듣다가 벨이 울리면 방향키로 대답을 선택한 후 A키로 선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다행인건 선택지를 고르는데 시간 제한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천천히 생각하고 고를 수 있어서 상당히 여유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화면만 보이지 않을 뿐 사운드 노벨과 동일한 방식이긴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쪽은 화면이 없고 들려오는 대사만 가지고 판단을 해야하는데, 다시 듣기 기능이 없다보니 진행을 한 번 놓치면 정말 답이 없어집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시나리오는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들어져서, 게임이라는 점을 제하고 들어도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몇 부분이 전개를 위해 약간 억지 내지는 무리수 설정으로 들어있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를 해치지도 않아서, 작가가 대담하게 진행한 옥의 티 아닌 옥의 티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 점을 빼고 본다면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꽤 기대되는,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도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모토로 최대한 리얼한 사운드를 목표로 해서인지, 눈을 감고 소리를 듣다보면 진짜 한 편의 드라마가 눈 앞에 떠오를 정도로 소리만으로 상황 묘사를 잘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대화 만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나레이션이 있기도 하고, 배경 사운드도 있기 때문에 묘사에 힘을 실어주게 되어,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라 화면이 없어도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묘사했지만, 그 덕분에 시각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묘사되는 상황을 잘 느낄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오가는 대화나 대사는 전부 어느정도 일본어가 가능하면 무리 없이 알아들을 수 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표현도 좀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수준급으로 하지 않는다면 완벽히 상황을 이해하는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긴 할 것 같습니다. 다 알아듣지 못한다고 게임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는 아니지만, 게임의 재미를 완전히 느끼는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그런 정도입니다.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고 중간 중간 노래나 음악이 나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소리의 밸런스가 많이 좋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남습니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노래나 인스트루멘탈 같은 경우는 소리가 꽤 큰데, 전화 통화의 목소리는 꽤 작기 때문에, 수시로 볼륨을 조절해가며 들어야해서 약간의 불편함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연출이 없기 때문에 진행되는 내용을 듣다가 유동적으로 조절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과연 일반인도 번거로운 이런 작업이 시각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더 힘든 일인지는...
그 외에도 중간에 끊을 수가 없고 껐다 켜면 이어서 진행할 수는 있지만 오토 세이브가 된 구간으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10분 15분 들었던 내용을 또 들어야하기 때문에, 선택지를 고르는 구간이나, 디스크를 교체하는 구간이 아니면 쉴 수 없게 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이 약 3~4시간 사이인데, 선택지를 고르는 횟수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편안한 장편 드라마를 듣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장르도 사운드 드라마이구요. 화면에 보이는 것이 없기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면서 편하게 듣다가 선택지 구간이 나오면 그 때만 잠깐 컨트롤을 하는 식의 플레이도 가능한, 어쩌면 일본어가 능숙한 사람에게는 가장 편한 게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이라는 점을 빼더라도 시나리오만 놓고 들어도 수작인 그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도 사운드 노벨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선구자 같은 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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